“올 때마다 달라지는 주변 풍경 놀라워 경복궁 복원서 새 문화중심으로 확장”

중앙선데이

입력

업데이트

“서울 광화문 주변이 이렇게 빨리 달라질 줄 몰랐습니다. 며칠 전 정부 중앙청사 위에서 촬영했어요. 2년 전 같은 자리에서 찍을 때는 양쪽으로 8차로씩 차가 달리고 있었는데 지금은 한가운데 걸어 다니는 공간이 생겼죠.”

광화문 상량식 촬영을 위해 지난달 말 한국을 찾은 하워드 리드(사진) 감독은 최근의 변화에 놀라움을 드러냈다. 그는 “처음 촬영을 시작할 때는 경복궁 복원의 마지막 단계로 보였던 광화문 복원이 지금은 도시 중앙에 문화적 중심을 만드는 것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이번 다큐를 위해 그가 다녀 본 곳이 서울만은 아니다. 묵직한 촬영장비를 들고 한국인 스태프들과 강원도의 가파른 산속을 누비기도 했다. 2007년 가을, 복원에 쓰일 나무를 베는 작업을 찍을 때였다. “육체적으로는 힘들었지만 낙엽을 밟으며 산을 오르내리는 기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사회인류학을 전공한 그는 아마존 열대림에서 2년간 생활하며 쓴 논문으로 케임브리지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BBC에서 12년, 독립해 18년 등 지난 30년 동안 세계 곳곳을 무대로 다큐를 만들어 왔다. 풍부한 경험을 지닌 그에게도 이번 다큐가 쉽지만은 않다. 가장 어려운 점으로 역사를 보여 줄 시각자료가 많지 않은 것을 꼽았다. 27대조에 이르는 조선왕조의 어진, 즉 임금의 초상화가 극소수만 남아 있는 것이 한 예다. 그는 “영국 왕 중에는 초상화가 수백 점이 있는 경우도 있다”며 “숱한 문화유산이 사라진 것은 한국의 비극이자 역사적 측면을 다큐에 표현하기 힘든 점”이라고 말했다.

일제강점기도 예외가 아니다. 그는 “스틸사진 몇 장 외에는 1910~45년의 동영상을 구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유럽·미국 등은 동영상도 풍부하게 남아 있거니와 목록화돼 있어 전문 조사자를 통해 찾기 쉽다는 얘기다. 그와의 인터뷰에서는 세종 대왕의 업적, 이순신 장군의 활약, 사도세자의 비극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왔다. “다큐를 찍기 전에 늘 주제에 대한 조사를 한다”며 “한국에 관해 영어로 구할 수 있는 자료는 대부분 읽었다”고 했다. 그는 “한국에 대한 다큐를 더 만들어 보고 싶다”고 했다.

[관련기사]

▶ "올 때마다 달라지는 광화문 주변 풍경 놀라워"

▶ "세계서 드문 일…광화문 중세-현대 대비"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