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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북한 의전] 단순접견·공식회담 분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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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평양 정상회담의 선발대 파견(31일.판문점)을 앞두고 정부가 신경쓰는 대목은 의전(儀典)절차다.

남북간 의전에서 다른 점이 많고 북한이 홈그라운드란 점을 들어 자기 방식을 고집할 가능성 때문이다.

◇ 상봉은 평양식 의전〓실무절차 합의서에 '상봉(相逢)' 과 '회담' 을 분리한 것도 북한 특유의 의전절차 때문이란 게 정부측 설명이다.

우리측은 한때 "상봉은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과 하고 회담은 김영남 등 제3자와 할 것" 이란 의혹을 가졌다.

하지만 '김일성(金日成)-중국 장쩌민(江澤民)' 의 베이징(北京)회동을 전한 노동신문(1991년 10월 5일자)을 보면 이같은 의구심은 풀린다.

이 신문은 사진과 함께 "김일성.강택민 동지 사이의 '회담' 이 있었다" "김일성 동지께서 강택민 동지와 '상봉' 하시었다" 는 기사를 나란히 게재했다.

상봉은 정상회담에 앞선 평양식 의전 절차임을 보여주는 사례다.

상봉은 정상급 의전에만 적용한다.

김일성과 덩샤오핑(鄧小平)의 베이징 회담을 전한 87년 5월 23일자 노동신문도 마찬가지다.

◇ 붉은 스카프 걸어주기〓북한 의전에서 눈에 띄는 것은 직접 공항이나 기차역에 나가 손님을 맞은 점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88년 9월 양상쿤(楊尙昆)중국 주석의 방북 때 평양역에 직접 나간 적이 있다.

현장에서 양국 국가 연주와 21발의 예포.위병대 사열 등 의식을 행한다.

우리측 회담 관계자는 24일 "국가 연주 등 민감한 절차는 생략키로 했지만 조율해야 할 사안이 아직 많다" 고 말했다.

이중 한 가지가 '붉은 스카프' 다.

평양에선 회담장으로 가는 길에 수십만명의 평양 시민.학생이 동원돼 환영행사를 펼치는 게 관례다.

환영행사 때 붉은 스카프를 외국 정상의 목에 걸어주는 절차도 빠지지 않는다.

우리로선 신경쓰이는 대목이다.

우리측은 98년 정주영(鄭周永)현대명예회장의 방북 때 김정일이 밤 늦게 불쑥 鄭명예회장의 숙소를 찾아온 사례도 주목하고 있다.

회담의 일시.장소.참석자를 빼곤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게 북한 의전의 관례다.

다만 86년 10월 김일성과 고르바초프 서기장의 모스크바 회동 때 노동신문이 "김일성 동지는 회담에서 평양을 방문하도록 고르바초프 동지를 초청했다" 고 이례적으로 공개한 적이 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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