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 박지은 흔들리는 샷 "부담감을 날려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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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빼어난 실력에 세련된 매너, 더구나 그녀의 미소는 이름 그대로 우아하다.

올해초 미국 언론들은 그녀를 '새 천년 여성골프계를 이끌 최고의 재목' 이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녀는 아마추어 무대를 평정한데 이어 지난해 2부투어인 퓨처스투어 10개 대회에 참가, 다섯번의 우승을 휩쓸며 '올해의 선수상' 과 상금랭킹 1위에 올랐다.

특히 지난해 US여자오픈에서 아마추어 자격으로 8위에 오른데 이어 세이프웨이 골프챔피언십에서는 줄리 잉크스터에 이어 2위에 올랐으니 해외 언론의 관심을 끄는 것은 당연하다.

박지은(21.미국명 그레이스 박). 그러나 그녀는 올시즌 LPGA 무대에 데뷔한 뒤 부진을 거듭, 특유의 우아한 미소가 사라져 가고 있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프로의 벽이 아무리 높다 해도 승승장구하던 아마추어 시절과는 너무 대조적인 성적이다.

데뷔전인 네이플스 메모리얼대회에서 공동 76위에 그친데 이어 웰치스서클K챔피언십에서는 31위에 머무르는 등 아직까지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3월 다케후지클래식에서 공동 7위에 올라 시즌 처음으로 '톱10' 에 들었을 뿐 일렉트로룩스챔피언십에 이어 22일(한국시간) 끝난 퍼스타클래식에서도 2연속 컷오프 탈락해 실망을 안겼다.

올시즌 컷오프 탈락만 벌써 네번째. 박지은은 급기야 23일 LPGA가 발표한 '올해의 신인왕' 부문에서 잰 한나(미국)에게 선두를 넘겨줬다.

박지은이 올시즌 11개 대회에 출전, 1백29점을 기록한 반면 한나는 퍼스타클래식에서 8위에 오르는 등 11개 대회에서 1백52점을 획득하며 박을 제치고 신인왕 자리를 넘보고 있다.

박지은이 극심한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미국 언론들은 '과도한 부담감' 때문으로 해석하고 있다.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그녀가 '데뷔 첫해부터 잘 해야겠다' 는 강박감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프로데뷔전인 네이플스대회에서 4라운드 동안 최하위인 1백29개의 퍼팅을 한 것이 반증이다.

더구나 연습벌레로 유명한 박지은이 투어를 쫓아다니면서 집중력이 떨어진 것도 부진을 보이는 이유로 들고 있다.

국내 전문가들은 박지은이 아마추어 시절 6월 하순부터 시즌을 시작했기 때문에 여름철로 접어들면 성적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지은은 "몸 컨디션은 괜찮은 편이다. 부담감을 떨치고 최선을 다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겠느냐" 고 말했다.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은 박지은의 우아한 미소가 기다려진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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