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준씨 12억여원 아들에 변칙증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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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부동산 명의신탁 파문으로 지난 19일 사임한 박태준(朴泰俊)전 국무총리가 포철 회장과 민자당 대표로 재직하던 시절 12억여원 상당의 현금과 주식을 아들에게 변칙 증여한 사실이 23일 드러났다.

현금과 주식 대부분은 포철 협력업체로부터 받은 뇌물이거나 포철 회장 비서실에서 관리하던 비자금 계좌에서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사실은 朴전총리의 아들 성빈(成彬.34)씨가 증여세 16억여원이 부과되자 "문제의 돈은 아버지 재산이고 난 명의만 빌려줬다" 며 1998년 관할 세무서를 상대로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에 낸 증여세 부과처분취소 소송 과정에서 밝혀졌다. 이 소송은 결심을 앞두고 있다.

국세청은 97년 성빈씨에게 증여된 현금.주식과 함께 서울 용산구 한남동 빌라(시가 11억원 상당)가 朴전총리로부터 증여된 것으로 판단, 증여세 16억여원을 부과했다.

국세청이 재판부에 제출한 자금추적 자료에 따르면 89~92년 당시 대학생이던 성빈씨 명의로 개설된 U증권 용산지점.D증권 을지로지점.S증권 압구정지점의 계좌?9억2천7백여만원이 30회에 걸쳐 입금됐다.

또 비슷한 시기에 대한중석.조선내화.대한항공.신화건설 등 상장사 주식 8천3백88주(평가액 2억4천5백여만원)가 같은 계좌에 실물 형태로 들어갔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9억3천여만원은 Y화학.M철강.S건설.P버스.S산업.J내화 등 10개의 포철 계열사와 포철 비서실이 관리하던 비자금 계좌에서 나와 20여개의 가.차명 계좌를 거쳐 최종적으로 성빈씨 계좌에 입금된 사실이 드러났다.

국세청은 또 재판부에 제출한 준비 서면을 통해 정확한 내역은 밝히지 않았으나 "朴전총리가 같은 시기에 성빈씨 외에 다른 자녀들에게도 주식을 증여했으며 1백억원대 부동산과 30억원 상당의 주식이 친인척과 재산관리인 명의로 명의신탁돼 있거나, 상속세를 내지않기 위해 계획적으로 자녀들에게 증여됐다" 고 밝혔다.

국세청과 검찰은 93년 朴전총리가 포철 계열사들로부터 39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수사하면서 朴전총리와 그 주변 인물들의 은행계좌를 추적한 바 있다.

성빈씨측은 재판 과정에서 "이 계좌는 모두 아버지가 내 이름을 차용해 개설한 것으로 명의신탁에 불과하다" 며 "당시 명의신탁은 불법이 아닌 만큼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 고 주장했다.

이상복.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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