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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치 택시’에 업계 뿔난 까닭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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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서울시가 자동차 업계에 서울 고유의 택시인 ‘해치 택시’를 출고할 때 꽃담황토색으로 도장해 달라고 요구하자 업계가 ‘생산 불가’ 입장을 표명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는 지난주 서울시에 건의서를 제출하면서 “꽃담황토색으로 택시를 생산하려면 최소 1년 이상 준비기간이 필요하고 별도의 도료 탱크 부지를 확보해야 하는 등 투자가 필요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수용 불가 의사를 전달했다. 협회 강철구 이사는 “서울시가 자동차 업계와 충분한 사전협의도 없이 해치 택시 생산에 대한 비용을 업계에 전가하려 한다”며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사용하지 않는 꽃담황토색으로 택시를 도장하려면 업체마다 수십억원의 투자 비용이 들 뿐 아니라 전체 생산 계획에도 차질을 준다”고 13일 말했다.

협회는 또 범퍼·백미러 등 외주 부품도 특정 색상으로 도색해야 하기 때문에 중소 부품업체의 원가 상승과 재고 부담이 예상되며, 중고차로 팔 때도 일반 색상으로 도색하려면 추가 비용이 80만원가량 든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최소 100만원 이상 택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중형 택시 가격은 1800만∼ 2000만원으로 대당 판매 이익이 5%에도 미치지 않는다. 업계는 대신 부품판매 등 애프터 서비스에서 이익을 보충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승용차 공장의 특성상 특정 색상을 칠하려면 도장 공정을 대폭 손질해야 해 수출차량을 포함한 전체 생산물량에 차질을 가져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해치 택시는 서울을 상징하는 꽃담황토색을 적용해 디자인한 서울 고유의 택시로 서울시는 최근 2010년 2월 1일부터 중형택시 7만279대 가운데 매년 대차 또는 폐차되는 1만여 대에 꽃담황토색을 적용키로 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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