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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 효과’ 보기는 쉽지 않을 듯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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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호 26면

대부분 미국 월가에서 온 것이긴 하지만 주식시장에는 ‘랠리’도 많고 ‘효과’도 많다. 물론 이 중에는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이종우의 Market Watch

요즘 언론 지상에 오르내리는 ‘산타 랠리’도 그중 하나다. 연말에 주가가 오르는 현상을 말하는데, 미국 투자자들이 보너스를 받아 주식을 사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한다. 그러나 유래는 현재 알려져 있는 것과 조금 다르다. 개척시대 때에는 미국 정부가 농민들이 수확한 생산물의 상당 부분을 사줬는데 수확이 끝나고 이를 정산해 돈으로 지급되는 것이 일러야 연말이었다. 변변한 은행도 없고 은행을 믿을 수도 없었던 시절, 농민들은 정부로부터 받은 돈 가운데 필요한 부분을 빼고 나머지를 정부 채권으로 바꿔 보유했는데 이 영향으로 연말에 채권 가격이 오르는 현상이 반복된 것이 산타 랠리의 기원이라 한다.

계절적으로 산타 랠리의 대척점에 서있는 것이 ‘서머 랠리’다. 월가의 펀드매니저들이 여름 휴가를 가기 전에 가지고 있던 돈을 몽땅 쏟아부어 주식을 사들이기 때문에 주가가 오르는 현상을 말한다.

‘1월 효과’도 있다. 1월에 주가가 오르는 현상인데 연초 예측 기관들이 그해 경제와 주식시장을 밝게 전망하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선 서머 랠리나 산타 랠리는 잘 안 나타나지만 1월에 시장이 양호하게 움직였던 경우는 많았다.

특이한 것으로 ‘일주일 현상’이 있다. 한 해 주식시장이 시작된 첫 주 주가가 오르면 그해 주식시장이 전체적으로 상승하고, 반대로 주가가 떨어지면 그해 시장이 나쁘다는 것이다. 왜 그런지는 설명이 없지만 현실에서 70% 정도 정확성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2000년 이후 주가를 보면 2002년을 포함해 세 번만 틀렸을 뿐, 나머지 일곱 번은 연초 일주일간 주가가 한 해 방향성과 일치했다. 올해도 연초 일주일간 코스피지수가 100포인트 가까이 올랐는데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한 해를 상승으로 마감하리라 전망된다.

시장이 산타 랠리를 거쳐 1월 효과까지 상승을 이어갈 수 있을까? 최근 주가 흐름을 보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두바이 사태 이후 주가가 연속 상승해 쇼크로 인한 하락 부분이 쉽게 메워졌다. 외국인 매수가 재개됐고, 국내 기관도 매도로 일관하던 형태에서 벗어나고 있다. 국내외 경제지표는 변함없이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그래도 넘어야 할 벽은 여전히 존재한다. 시급한 것이 주가에 대한 부담을 털어내는 일인데 올 한 해 내내 주가가 올라 높은 주가에 대한 부담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내년에 경제가 얼마나 더 좋아질지에 대한 답도 줘야 한다. 그동안은 경기가 바닥에서 치고 올라오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주가도 쉽게 상승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내년에는 경기 회복보다는 정체가 예상된다. 산타 랠리를 거쳐 1월 효과로 이어지는 과정이 쉽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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