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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폐교가 전학 가고 싶은 학교 되다, 비결이 뭘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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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작은 학교 행복한 아이들
작은학교교육연대
지음, 우리교육
319쪽, 1만3000원

대한민국의 학교를 다녔다면 이런 기억, 한번쯤 있을 것이다. 만약 그날이 12일이었다면, “2번·12번·22번…” 그렇게 자신의 번호에 ‘2’자를 단 아이들은 수학문제 풀이에 줄소환 당했던. 책의 저자이자 학교 개혁의 희망을 꿈꾸며 아이들이 행복한 ‘작은 학교’를 일궈낸 교사들은 이런 현실이 못 견디게 괴로웠다. 이들은 “하루에 한 번도 아이들 이름을 부르기 어려운 과밀학급, 그래서 번호로 불리는 게 당연시되는 곳은 삶의 공간이라기보다는 수용의 공간”이라며 작은 학교를 택한다.

경기도 광주의 남한산초등학교를 필두로 시작된 ‘작은 학교 만들기’는 고난의 행군이었다. 책은 자연 환경은 뛰어났지만 폐교의 위기에 몰려 방치된 탓에 무너질 듯한 학교 건물에 온기를 불어 넣고, 누구도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교육 과정을 실천하며 교사들이 온몸으로 감당해 낸 시행착오의 기록이다. 그 과정에는 ‘새로운 학교’를 둘러싼 교육 주체 간의 동상이몽과 그에 따른 상흔도 남아있다.

그럼에도 교사와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느린 걸음을 옮겨갔고, 이 ‘작은 학교’들에서 아이들은 이름으로 불리며 소중한 존재로 거듭난다. ‘활자’가 아닌 ‘몸’으로 자연을 느끼며, 놀이를 통해 ‘삶’을 익혀간다. 덕분에 아이들은 누구보다도 밝고 행복하다. “작은 학교는 국정 교과서를 바꾸지도 국가 교육과정에서 크게 벗어나지도 않는다. 행사와 실적 그리고 진도와 성적에 매여 있던 틀을 바꾸어 학교를 아이들에게 되돌려 주는 것뿐”이라는 교사들의 목소리는 교육의 본질에 대한 진솔한 호소로 들린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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