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킹콩 센터도 데려 왔겠다 … ” 계산기 다시 두드리는 KT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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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프로농구 KT가 ‘킹콩 센터’를 영입했다. 우승 욕심을 드러낸 도박이다. KT는 11일 외국인선수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KT&G의 나이젤 딕슨(29·2m5㎝·사진)을 받고 도널드 리틀(31·2m8㎝)을 내주는 트레이드다. 딕슨은 몸무게 154㎏의 거구로, 조직력이 잘 짜여져 있는 KT에서 골밑을 장악한다면 팀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KT에는 딕슨의 플레이를 살려 줄 베테랑 가드 신기성도 버티고 있다. KT 관계자는 “좋은 센터만 있으면 우승도 가능하다는 전창진 감독의 계산 아니겠느냐”고 했다.

KT는 그동안 높이의 열세가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전창진 KT 감독은 “센터 없이 팀을 꾸려가다 보니 선수들의 체력이 크게 떨어졌다. 딕슨이 가세하면 다른 선수들의 체력도 안배할 수 있고, 무엇보다 플레이오프 이후에는 높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KT는 선두 자리를 모비스에 내준 채 최근 다소 힘이 빠지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딕슨의 가세로 강력한 우승 후보가 됐다.

한편 현재의 성적보다 미래를 준비하는 데 힘을 쏟고 있는 KT&G의 행보도 눈에 띈다. KT&G는 시즌 전 젊은 주전 선수 양희종(25)과 김태술(25)을 동시에 입대시켰다. 또 딕슨을 KT에 내주고 그보다 위력이 덜한 리틀을 받는 대신 KT의 내년 신인 지명권을 챙겼다.

김호겸 KT&G 사무국장은 “내년에 신인들과 김성철이 자리를 잡아 놓은 후 그 다음 시즌에 김태술과 양희종이 돌아오면 우승 전력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KT&G는 지난달 전자랜드와 트레이드를 통해 베테랑 김성철을 영입하고 젊은 선수들을 내줬다. “시즌을 포기한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연이어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게 사실이다. 김 국장과 이상범 KT&G 감독은 “당장의 성적 부진으로 자리를 지키지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2년 후에는 우승할 수 있는 팀의 기반을 마련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딕슨은 11일 첫 출전한 전자랜드전에서 무릎이 좋지 않아 9분29초만 뛰고 2득점에 그쳤다. 그러나 리바운드는 5개나 잡아냈다. 이것이 바로 KT전 감독이 원하는 것이다. 딕슨은 “우승을 위해 이곳에 온 것을 안다”고 말했다. KT는 76-70으로 이겼다.

이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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