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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M&A 태풍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유통업계에 인수합병(M&A) 바람이 거세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애경그룹은 지난 8일 AK글로벌 지분 81%를 롯데그룹에 넘기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매각 대금은 2500억∼3000억 원으로 알려졌다. 애경그룹의 AK면세점은 서울 코엑스점과 김포 공항점, 인천 공항점 등 세 곳을 운영하며 지난해 32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롯데그룹이 최종 인수하면 국내 면세점 업계 부동의 1위를 굳힐 것으로 보인다. 면세점 업계는 롯데면세점(롯데호텔)과 신라면세점(신라호텔)의 양강 체제다. 지난해 롯데면세점이 1조 3841억 원, 신라면세점이 8747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인수가 확정되면 신라면세점과의 격차가 두 배로 벌어진다.

하지만 신라면세점 역시 부산 파라다이스면세점(대구 공항점·부산점)의 우선협상자로 선정돼 인수협상을 벌이고 있는 만큼 이들 업체의 몸집 키우기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GS리테일이 내놓은 백화점 GS스퀘어 3곳과 대형 마트 GS마트 14곳의 인수 경쟁도 치열하다. GS그룹이 최근 매각 주관사로 바클레이스 캐피털을 선정하며 발 빠르게 움직이자 관련 업체들이 물밑 접촉에 나서고 있다.

홈플러스는 이승한 회장이 GS마트에 관심을 표명하면서 러브콜을 하는 상태고, 현대백화점 역시 경청호 부회장이 "가격만 맞는다면 (백화점 부문을) 인수할 수 있다"고 언급한 만큼 각축전이 예상된다. 아울러 신세계 및 롯데 등도 제안서가 들어온다면 충분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GS리테일은 지난해 매출 3조 9447억원(외형매출 기준), 영업이익 1071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 경기침체에도 지난 상반기까지 매출 2조928억 원, 영업이익 652억9000만 원의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 하나대투증권 이정헌 연구원은 "GS리테일은 백화점, 마트 및 편의점, 슈퍼 등 4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며 "백화점 및 마트 매각가는 1조 4000억 원대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편의점 바이더웨이도 초미의 관심사다. 바이더웨이 인수가 이뤄지면 업계 지각변동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지난 2006년 7월 바이더웨이 지분 100%를 인수한 외국 사모펀드 유니타스캐피탈이 매각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로이터와 블룸버그 통신은 최근 "현재까지 인수의향서(LOI)를 접수한 업체가 GS리테일과 미니스톱, 사모펀드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인수가는 3000억 원(2억 6000만 달러) 이상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니타스캐피탈이 4~5곳으로 2차 후보군을 압축했다는 소문도 들린다.

지난 10월 말 매장 수 기준으로 편의점 업계 1위는 보광훼미리마트로 4700여 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GS25와 세븐일레븐이 각각 3800여 개, 2200개로 뒤를 잇고 있다. 바이더웨이는 1450여 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바이더웨이 인수가 매력적인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일부 사업에 역량을 집중한다거나 선두업체가 아니면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판단에 M&A를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유통업계의 시장 재편과 함께 M&A 열풍이 내년에도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재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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