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서정윤 '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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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사랑은

새의 울음을 만드는 힘이 아니라

스스로 울 때까지

기다리는 내 꿈의 그물이다

그 새의 화려한 날갯짓에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오직

기다리는 것밖에 없을지라도

지켜보는 것이어야 한다

그대, 목이 굳은 새

깃털의 아름다움보다는

영혼을 울리는 깊은 소리를

나는 기대하고 있다

- 서정윤(43) '새' 중

시인은 사랑의 해설자인가. 눈에 비치는 것, 귀에 들리는 것, 그 어느 하나도 사랑 아닌 것이 없다. 서정윤은 새의 울음을 가지고 사랑을 만든다. 깃털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스스로 우러나오는 영혼의 깊은 울음을 기다리며 산다. 조롱 속에 갇힌 새가 아니라 산과 바다를 마음껏 날며 안으로 키워온 소리를 꿈의 그물로 건져올리려는 이 기다림이 끝날 날은 그 언제?

이근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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