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재천 하류만 '정화'…상류 '혼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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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경기도 과천에서 서울 서초.강남구를 거쳐 탄천과 합류해 한강으로 이어지는 양재천 (서울 구간 6㎞). 환경 친화형 소규모 하천 정비의 모범 사례로 거론되지만 막상 속을 들여다보면 구청간 행정협조 미비에서 오는 문제점 등이 적지많다.

◇ 윗물 흐린데 아랫물만 깨끗〓지난 16일 오후 양재천 영동2교~영동1교 구간. 수면에 거품이 떠다니는 물 속에 돌을 던지자 시커먼 오수가 솟아올랐다. 손으로 만지자 공장폐수와 하수찌꺼기가 뒤섞여 악취가 코를 찌른다.

이 구간은 서초구가 1997~98년 29억원을 들여 저수로를 정비하고 자전거 도로 8백m를 설치했다.

그러나 과천 하수처리장에서 유입되는 20ppm(10ppm이하는 5급수)의 탁한 물이 그대로 들어와 공업용수로도 쓸 수 없다. 자연형 하천 복원 취지가 무색하다.

이 물이 아래로 흘러 영동 2교 밑에 설치된 강남구 정화시설을 거치면서 침전.흡착.산화되면 3급수인 4~5ppm까지 정화된다.

강남구 관계자는 "서초구 구간에서 한차례 정도 수질을 정화하면 물고기가 제대로 서식하는 2급수(3ppm이하)를 만들 수 있다" 고 말했다.

◇ 외면당하는 양재천 휴식공간〓서초구 구간의 수질이 나빠 악취까지 풍기자 수십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양재천 휴식공간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지난 15일 오후 강남구 구간에서는 아이들이 물장구를 치고 가족단위로 산책 나온 주민들이 많았지만 서초구에는 인적이 드물었다. 그래서 서초 주민들이 수질이 상대적으로 깨끗한 강남구쪽으로 원정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서초구민 노영호(魯泳昊.30)씨는 "하천정비 사업을 한다더니 수질을 관리하지 않아 놀러나오기가 꺼려진다" 고 말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서초구는 시민의 숲 옆 양재천 둔치 3백여m에 중장비와 대형차량용 유료주차장을 운영해 수질 오염을 부채질하고 있다.

◇ 예산 타령〓수로와 제방만 자연형을 흉내냈을 뿐 정작 수질이 엉망인 데는 강남구와 서초구가 협의 없이 제각기 사업을 추진해왔기 때문. 양재천 전 구간을 대상으로 종합적으로 정비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서초구 관계자는 "양재천은 준용하천이라 서울시에 관리책임이 있다" 며 "과천시 경계지점에 수질 정화시설을 지으려고 해도 시에서 예산(28억원)을 지원하지 않고 있다" 고 주장했다.

서울시 치수과는 "과천시의 수질정화 노력을 일단 지켜보자" 는 입장이지만 서초구는 "유입수질이 크게 개선되지 못할 것으로 보여 자체 시설이 시급하다" 고 주장하고 있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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