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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지방에선] 학내분규등 교육도시 자부심 실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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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대구는 교육도시다. 달리 그런 것이 아니고 대구.경북 지역에 대학이 많아서 그렇다. 전통적으로도 학문이 융성했고 많은 인재를 배출해 온 도시이기도 하다.

지역민의 자존심도 여기에 기인한 바 크다. 그런데 요즘 대구지역의 대학들을 보면 오히려 천덕꾸러기라는 느낌이다.

한 사립대는 벌써 몇 년 묵은 분규로 어수선하다. 1996년부터 툭하면 교수를 해직하더니 얼마 전에는 총장과 이사장이 검찰에 소환되는 모습이 언론에 보도됐다. 최근에는 시민들이 총장과 이사장을 규탄하는 시위까지 벌어졌다.

또다른 사립대는 지난 주 때아닌 휴교령으로 문을 닫았다. 대구.경북 총학생회연합의 출범식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는 하지만 21세기 대학가의 첫 휴교 조치에 대학 구성원은 물론 지역민들의 충격이 크다.

교명을 바꾸는 과정에서 불거진 구성원간의 갈등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도 있는데 그렇더라도 착잡하긴 마찬가지다.

또 다른 사립대도 지난 3월 초부터 시작된 학생들의 총장실 점거로 한 학기 내내 어수선하다.

국립대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3월 이후 계속 총장실을 점거해 시위하다 며칠 전 농성을 해제했다는 소식인데 학생들은 아직 끝난 게 아니란다.

전문대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한 전문대는 수년째 끌어온 재단비리 공방으로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학장의 구속.교수 농성.단식 등으로 학교는 이미 만신창이다.

다행히 교육부 감사가 이번 주에 시작된다는 소식에 지역민들의 기대가 크다. 재단 이사장이나 학장이 각종 비리로 구속되거나 검찰 조사를 받는 것도 어느새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멀쩡한 대학이 별로 없을 정도다.

우린 지금 21세기에 들어서 있다. 변화하지 않으면 개인의 장래도, 조직의 미래도, 국가의 미래도 없다고 이야기하는데 대학들은 구태 그대로다. 대학의 경영과 행정이 그렇고 교수와 학생들도 대부분 그렇다.

지역민들은 교육도시인 대구시민임을 자부하기보다 대학가의 각종 비리와 구태들에 당혹해한다. 이래서는 지역사회가 발전할 수 없고 국가적으로도 국제경쟁의 격랑을 헤쳐갈 수 없다.

대학들이 뼈를 깎는 자성을 통해 창조적인 실험과 모색의 선구로, 민주주의와 지성의 토대로 거듭날 수 있기를 지역대학의 한 구성원으로서 촉구해 본다.

홍덕률 <대구대 교수.사회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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