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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양국 함께 아름다운 미래를 열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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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9년 10월 1일 마오쩌둥(毛泽东) 주석은 장정(長征)기간 동안 생사를 같이한 老戰友들을 이끌고 톈안먼(天安門) 성루에 함께 올라 전세계를 향해 신중국 성립을 엄숙하게 선포하였다. 그것은 중국 나아가 세계 역사를 바꾸어놓은 중요한 순간이었다.
60년 후인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중산복 차림의 후진타오(胡锦涛) 중국 국가주석은 전세계에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선언하였다. 중국 인민해방군의장대는 인민영웅기념탑에서 출발해 169보를 걸은 후 오성홍기를 천천히 게양하였다. 이는 1840년 아편전쟁 이후 중국이 걸어온 169년의 고난의 여정과 부흥의 세월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아름다운 미래를 열어가겠다는 중국 인민들의 원대한 포부를 상징하는 장엄한 의식이었다.
톈안먼 광장에서의 일사분란한 군 열병식이 끝나자, 중국은 자체 연구 개발한 대륙간탄도탄 등 각종 최첨단무기들을 하나하나 선보였다. 성대한 국경절 열병식은 중국 인민해방군의 위용을 전세계에 과시하였다. 열병식에 뒤이은 장엄하고 다채로운 퍼레이드를 보며 중국인들은 자신들이 이룬 커다란 성취에 환호작약하였다. 아편전쟁이후 중국이 걸어온 고난의 세월을 돌이킬 때, 우리는 중국인들이 이같이 가슴 벅찬 감회를 느끼는 것을 이해하기가 어렵지 않다. '동아시아의 환자(病夫)'로 불리웠던 옛 중국 100여 년은 굴욕과 상심의 역사였다. 신중국 성립 이후에도 20여 년간은 대약진운동, 문화대혁명 등 고난의 시기를 보냈다.

이미 도약한 중국

1978년 이후, 개혁개방의 총설계사였던 덩샤오핑의 지도하에 시장경제체제가 도입되면서 중국은 비로소 빠른 발전과 놀라운 성과를 거두기 시작하였다. 1978년부터 30년간 중국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무려 9.8%에 달했고, 1978년 겨우 200억 달러에 불과했던 수출이 최근 매년 1조 4천억 달러를 넘어서고 있다. 농촌빈곤인구도 기존의 2.5억 명에서 1,400여만 명으로 급감하였다. 2008 베이징 올림픽의 완벽한 개최와 선저우(神舟) 7호 유인우주선의 성공적인 발사를 통해 중국의 막강한 국력과 첨단과학기술의 면모를 전세계에 과시하였다.
이제 2조 달러 이상의 외환을 보유한 중국은 세계 최대 외환보유국이자, 세계 최대의 수출대국이 되었고, 경제와 무역 규모는 이미 전세계 3위이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성공적으로 변모하고 있다. 세계적 금융위기 발발 이후, 중국은 전세계 경기회복을 견인하는 엔진 역할을 하고 있으며 기후변화, 금융위기 및 여타 세계적인 경제 문제 뿐 아니라 국제 정치.안보 문제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외교대국으로 도약하여 국제정치경제질서 형성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은 손사래를 치지만 사실상 우리는 중국과 미국이 함께 세계를 이끌어가는 G-2 시대에 살고 있다.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나아

얼마 전 중국에서 가장 작고 가장 발전이 더딘 닝샤(寧夏) 회족자치구를 방문했다. 척박한 황토고원에서 대규모의 에너지화학공업단지가 조성된 것을 보며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을 바로 떠올렸으며 우공이산(愚公移山)의 고사를 상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금년 초, 홍콩 아시아협회 연설에서 허야페이(何亞非)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1949년 이후 30년간 외국을 방문한 중국인이 20만 명에 불과하였으나 이제는 매년 4,200만 명에 달함을 언급하며 중국이 크게 변화하였음을 강조하였다. 중국은 이제 더 이상 정체되고 낙후한 국가가 아니다. 중국은 이제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발전하는 활력이 넘치는 나라이다. 수천 년간 중국과 지속적으로 교류해온 한국인들의 마음속에 중국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를 생각하게 하였다.
중국에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라는 속담이 있다. 한중 양국은 지리적으로도 가까울 뿐 아니라, 공통적인 역사적, 문화적 배경을 지니고 있다. 식민통치의 치욕을 겪은 바 있는 한국으로서 중국에 대해 동병상련(同病相憐)의 감회를 느끼고 있다. 신중국 성립 이후 60년간, 중국은 숱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가까운 이웃인 한국인으로서 이에 대해 충심어린 축하와 찬사를 표하고 싶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한국 역시 지난 60여 년간 많은 어려움을 겪었으며 백절불굴의 정신으로 세계가 공인하는 성과를 거두었고, 한강의 기적도 이루어냈다.
개혁개방정책은 중국을 빠르게 발전시켰을 뿐만 아니라 한중관계의 발전도 크게 촉진시켜왔다. 1992년 양국 수교이래 양국관계가 지대한 발전을 거둔 것은 중국 개혁개방정책의 대표적 성공사례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한중간 무역규모는 1,683억 달러로 한일, 한미간 무역량을 합친 규모와 거의 비슷했다. 한국의 대중 투자 규모는 440억 달러를 기록하였고, 중국은 이미 한국의 최대 해외투자대상국으로 부상하였다. 양국간 인적교류도 매년 500만 명을 넘어서고 있으며, 6만 7천여 명의 한국유학생이 중국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중국내 전체 외국인 유학생 가운데 30%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에서 공부하는 중국유학생도 6만 3천여 명에 달해, 전체 외국인 유학생의 77%를 점하고 있다. 이들은 앞으로 한중관계의 지속적인 발전에 없어서는 안 될 예비역량이다.

양국이 함께 협력해 나가야

외교안보 분야에서 양국의 상호 협력도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지난 해 5월 이명박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한중 양국 관계는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로 격상되었다. 그리고 양국은 G-20 정상회의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면서 전세계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협력할 만큼, 양국간의 협력 분야는 끊임없이 확대․심화되고 있다.
지난 60년간 한중 양국은 숱한 고난을 극복하고 커다란 성과를 거둠으로써 세계로부터 인정과 찬사를 받고 있으며, 한중 양국 국민들은 이에 대해 깊은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중국과 한국의 눈부신 발전은 서로에게 좋은 기회를 제공하여 왔으며, 서로 배우고 선의의 경쟁을 통해 윈윈(win-win)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해왔다. 우리는 한중관계 발전과정에 있어서도 도전이 있겠지만 양국이 함께 이 도전을 능히 극복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한중관계를 더욱 성숙하게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소나무가 잘 자라면 잣나무가 기뻐한다'는 중국의 고어처럼 좋은 이웃으로서 한중 양국이 함께 협력하여 지난날의 성과를 계승하고 앞날을 개척하여, 아름다운 미래를 같이 열어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석동연 주홍콩 대한민국총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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