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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주변 '나만의 가구' 메카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8면

서울 신촌 산울림극장 앞에서 홍대입구를 잇는 와우산길에 들어서면 양 길가로 '원목.MDF(톱밥을 눌러 나무판처럼 만든 것)가구 주문제작' 이란 간판이 즐비하다.

아파트의 획일적인 문화에서 벗어나기 위해 집안의 소가구만이라도 자신의 개성을 찾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잦아지면서 이 일대가 '내가 디자인한 나만의 가구' 거리로 탈바꿈한 것이다.

이곳에 현재 영업중인 주문식 가구제작 전문점은 한때 IMF(국제통화기금)관리체제의 여파로 시달리던 화방이나 표구가게까지 가세해 모두 20여곳에 이르고 있다.

이곳에서 '미켈란' 간판을 달고 4년째 영업중인 심응용사장은 "이 거리를 찾는 사람들은 공장가구의 단조로움을 거부하는 신혼부부나 예술직에서 일하는 전문인들" 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원하는 모양과 치수.색상에 따라 그대로 만들어 주는 주문식 점포뿐 아니라 작업장을 갖추고 손님이 직접 나무를 자르고 망치질해 자신의 가구를 만들 수 있는 곳도 있는데 이들 점포는 DIY(Do It Yourself)애호가들의 집결지가 되고 있다.

이곳에서 취급하는 상품은 장롱같은 대형가구보다는 책상이나 책장, 서랍장같은 소가구가 대부분이다.

재질은 원목과 MDF 두 종류. IMF직후엔 값싼 MDF상품이 주류를 이뤘으나 요즘은 집성목가구로 판도가 바뀌고 있는 상황이다.

좌식 책상(가로 120㎝, 폭 48㎝, 높이 30㎝)과 4단책장(가로 120㎝, 폭 32㎝, 높이 140㎝)을 집성목으로 만들 경우 재료비만 20만원정도 든다.

그러나 자신이 직접 만들지 않고 점포에 주문제작을 의뢰하면 공임이 2만7천원이 더 든다.

여기에 락커칠을 한다면 재료비의 15%인 3만원가량을 더 추가해야 한다.

배송비용(서울시내 2만~3만원)도 부담해야 하는데 이 모두를 합치면 책상과 책장값으로 거의 30만원이 소요되는 셈. 공장가구에 비해 큰 차이는 없다.

'내가 디자인하고 내가 만드는 가구' 의 오진경실장은 "디자인을 잘하면 공장가구보다 값이 싸다고 느끼지만 자칫 모양이나 색상을 잘못 고르면 비싸다는 생각이 들 것" 이라고 말했다.

이 거리의 점포들은 손님의 취향와 예산에 따라 가구제작에 도움을 준다.

디자인.소재.기능.크기 등의 관련 자료나 모델을 제공하고 무료로 상담을 받아 손님의 의도에 맞는 가구를 설계해준다.

소비자들이 원하면 직접 만들 수 있도록 작업장과 공구를 실비(하루 5천~1만원)만 받고 빌려주기도 한다.

집에서 제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원목과 전기톱.드릴.대패.목공망치 등 부속기구들도 판매하고 있다.

이곳 상인들은 나만의 가구를 만들 때는 아무리 개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해도 기능성을 빠뜨려서는 안된다고 경고한다.

자신의 취향을 살리는 것은 이해하지만 기능성을 제쳐놓을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나만의 가구를 제작하는 요령>

▶가구를 들여놓을 공간에 대해 충분히 파악한다〓방.거실의 크기는 기본. 커튼이나 벽지의 색상, 주변 다른 가구의 형태와 색깔 등도 잘 알아야 한다. 가구를 설계하는 디자이너와 상의할 때 큰 도움이 된다.

▶서두르지 말고 차근차근 자신의 취향을 결정한다〓가구를 들여놓은 뒤 후회하지 않도록 점포에서 이미 완성한 상품의 사례나 잡지 사진 등 자료를 모아 모양.색상.디자인 등을 결정한다.

▶주문 제작시에는 영수증과 설계도를 챙긴다〓재료비의 비중이 높아 주문할 때 계약금을 50%이상 받는 점포가 대부분. 완성된 가구가 생각과 다른 경우 마찰의 소지가 크다. 설계도 요구에 머뭇거리는 곳은 피하는 게 좋다.

▶원목이나 MDF도 품질차이가 심하다〓MDF는 물에 닿으면 부풀어서 못쓰게 된다. 원목도 물에 젖은 뒤 마르더라도 비틀어지거나 갈라지는 경우가 있다. 둘 다 품질이 다양하나 일반인들의 육안으로는 구별할 수 없다.

앞서 이용해본 친구들의 조언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본인이 만들면 당일, 주문제작은 2주일〓본인이 만들려면 미리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사전에 전화상담이라도 충분히 한 뒤 제작에 들어가야 후회가 없다. 제작을 의뢰한 경우엔 설계를 변경하려면 서둘러야 한다. 만들기에 들어갔더라도 비용이 적다면 과감하게 바꾸는 것도 고려할만 하다.

유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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