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납토성 사태 수습나선 정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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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풍납토성내 유적지훼손 사태 수습을 위해 정부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대통령이 국무회의 석상에서 "보존가치가 있다면 돈이 문제가 아니다" 는 뜻을 분명히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조속한 보존 심의▶보존 결정에 대비한 범정부 차원의 재원마련▶주민 재산권의 확실한 보장이라는 방침을 정했다.

게다가 발굴유적지를 무단훼손하는 사태에 이르게 한 이유이기도 했던 발굴비용도 대통령 지시에 따라 정부의 부담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이 문제가 불거진 지 벌써 여러달 됐고, 재원마련을 위한 문화재청의 노력에도 각 부처가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던 것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쾌도난마(快刀亂麻)' 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인 재원마련은 그리 간단한 게 아니다.

보상은 시가평가를 해봐야 하겠지만 정부가 매입의사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경당연립의 2천3백여평에 대해서만도 2백억원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풍납토성 내에는 현재 외환은행조합(5천여평).미래마을(6천3백여?등 재건축아파트 건립이 추진 중이고, 토성내 일반주거지역 사유지는 22만6천평에 이른다.

풍납토성 외에도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개발사업에서 보존가치가 있어 유적지가 될 수 있는 것들이 얼마나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예컨대 고고학계에서 전체보존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고도 경주의 부지매입에는 17조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정부는 문제가 된 경당연립 부지만을 생각하고 있는 듯하지만 이런 문제는 '인화성' 이 높다.

물론 문화재보호지역으로 지정해 개발을 제한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 때도 지방세 몇푼 덜 받는 식의 현 방식으로는 주민들의 민원을 피해나갈 수 없다.

발굴비용 부담도 마찬가지다. 이는 어느 나라에서든 수익자 부담이 원칙이다. 정부는 '선을 정해서' 라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정부 부담을 검토하고 필요하면 법도 고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이런 식의 취약한 단서조항으로 비용부담과 관련한 집단민원을 피해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욱이 이번 일이 용납될 수 없는 행위에 의해 야기됐다는 점에서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따라서 단순한 '의지' 보다, 우선 한해 1천억원 정도라도 유적지 매입을 위한 정부기금을 마련하고 해마다 이를 늘려 꼭 필요한 땅을 차근차근 사들이는 등의 더욱 안정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박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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