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스타데이트] 일본 가는 김태균 “지바 롯데 1루수만 저를 반기지 않던 걸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1면

서울 동부이촌동의 한 카페에서 김태균을 만났다. 그는 “나이보다 어리게 보이는 패션을 좋아한다”며 수줍게 웃었다. [이영목 기자]

지난 9일 서울 동부이촌동 한 카페에서 만난 김태균(27)은 새로 산 아이폰을 자랑했다. 지난달 일본 프로야구 지바 롯데와 3년 최대 7억 엔(약 90억원)에 계약, ‘스포츠 재벌’ 반열에 올랐지만 아직 소년 같았다. ‘제2의 장종훈’이라는 기대를 받고 2001년 한화에 입단했던 그는 9년 후 ‘제2의 이승엽’이라는 평가 속에 일본에 진출했다. 그동안 한국 최고의 홈런왕들과 비교되며 부담도 느꼈을 테고 젊은 나이에 성공해 어깨에 힘도 줄 만한데 김태균은 여전히 소탈했다.

◆천하장사의 손자=지난달 16일 입단식에서 그를 만난 일본 롯데 선수들은 한결같이 “미국 선수를 능가하는 덩치”라며 혀를 내둘렀다. 1m85㎝의 키도 그렇지만 110㎏가 넘는 체중이 일본 선수들을 기죽게 만들었다. 일본 토종선수 중엔 그만 한 체격은 없다.

김태균은 “할아버지를 닮아서일 것이다. 키가 1m95㎝였던 할아버지는 젊은 시절 충청도 씨름판을 호령하셨다. 나도 힘 하나는 타고난 것 같다. 어려서부터 친구들과 야구를 하건 씨름을 하건 진 기억이 없다”며 웃었다. 그는 천안북중학교 때부터 야구장 밖 주차장까지 타구를 날려 자동차 유리를 수없이 깨뜨렸다.

2001년 신인 지명에서 한화는 천안북일고 김태균을 1차 지명했다. 은퇴를 앞둔 장종훈(현 한화 코치)을 이을 거포로 점 찍었고, 첫해 20홈런을 때린 그는 신인왕을 차지했다. 김태균은 “어려서부터 장종훈 코치님, 또는 이승엽 형과 자주 비교됐다.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애써 의식하지 않으려 했다. 나는 김태균이고 내 야구를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그는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로 뽑혔지만 이승엽(요미우리)·최희섭(당시 LA 다저스)에 밀려 주로 벤치를 지켰다. 지난 3월 제2회 WBC에선 4번 타자로 나서 홈런 3개, 타점 11개를 몰아쳤다. 홈런왕, 타점왕이었다. 그는 만장일치로 WBC 올스타에 뽑혔고 일본과 미국 스카우트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용돈 타는 청년 재벌=김태균은 정규시즌 초반 타격 전 부문 선두권에 올랐다. 그러다 4월 26일 잠실 두산전에서 슬라이딩을 하다 뇌진탕 부상으로 2군에 내려갔다. 프로 데뷔 후 처음이었다. 김태균은 “부상 직후에도 경기에 나섰는데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타석에서 공도 잘 안 보였다. 그런 상황에서 해외 진출을 고민하자 부모님이 많이 반대하셨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계속 뛰면 양준혁(삼성) 선배님의 통산기록에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WBC에서 청소년대표팀 동기였던 추신수(클리블랜드)와 뛰어 보니 나도 큰 무대에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메이저리그 진출도 고려했지만 일본에서 성공한 뒤 다시 노크할 것”이라며 어깨를 폈다.

꿈은 크지만 그는 여전히 소탈하다. 지난 8일에는 전 소속팀 한화 선수들과 함께 대전에서 독거노인들을 위해 연탄 배달도 했다. 일본에서 번 돈도 부모에게 맡기고 용돈을 타서 쓸 작정이다.

그는 “지바 롯데가 너무 신경을 많이 써줘서 오히려 불편했다. 그런데 한 사람만 날 반기지 않는 것 같더라”며 웃었다. 무뚝뚝한 표정의 선수는 김태균에게 주전 1루수를 빼앗길 위기에 있는 후쿠우라 가즈야(34)다. 1루 수비가 뛰어난 후쿠우라는 이승엽을 좌익수로 밀어냈던 주인공. 그러나 지바 롯데는 “2005년 이승엽 이후 팀에 30홈런을 넘긴 타자가 없다. 김태균이 1루수를 맡아 30홈런을 때려줬으면 좋겠다”고 무게중심을 김태균에게 두고 있다.

김식 기자, 사진=이영목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