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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쎈돌’없는 바둑계 춘추전국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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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2% 부족’으로 유명한 조한승 9단(오른쪽)이 강적 박영훈 9단을 꺾고 GS칼텍스배 우승컵을 차지했다. 3년 만에 맛본 생애 두 번째 우승. [한국기원제공]

15일 입대하는 조한승 9단이 9일 GS칼텍스배 프로기전 결승에서 박영훈 9단을 3대1로 꺾고 우승컵을 따냈다. 근사한 입대 선물이다. 10일엔 이창호 9단이 원성진 9단의 끈질긴 도전을 3대1로 막아내며 명인전 13번째 우승과 함께 생애 138번째 우승을 기록했다. 수확의 계절인 12월엔 이들 기존 세력 말고도 김지석·박정환에다 새 얼굴인 강유택·홍기표·안형준까지 수많은 신흥세력이 타이틀 전선에서 우승을 노리고 있다. 일인자 이세돌 9단이 7월 이후 장기 휴직에 들어간 뒤 바둑계는 사자 없는 정글로 변했다. 기존 강자도 힘을 내고 젊은 군웅들도 쉽게 치고 올라오며 춘추전국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하이원배 명인전, 이창호 13번째 등극=국내대회 사상 처음으로 우승상금 1억원 시대를 연 명인전은 이창호 9단 대 원성진 9단의 결승 5번기로 펼쳐졌다. 초장엔 1대1로 팽팽히 맞서다가 8일의 3국에서 이창호가 승리하며 고지를 확보했고 10일 이어진 4국에서도 반집 차로 승리해 우승을 확정했다. 만 34세로 전성기를 지난 이창호는 최철한·강동윤·김지석 등에게 약점을 보이고 있지만 10여 년간 부동의 세계 일인자였던 그 후광만으로도 여전히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지난 2년 연속 우승했던 이세돌은 중도 기권 처리).

◆조한승 군 입대 선물=‘2% 부족’한 승부사로 지목되던 조한승 9단이 군 입대 전 마지막 대국에서 2%를 채웠다. 2대1로 앞선 상태에서 맞은 9일의 제4국에서 과감한 결정타로 박영훈 9단의 대마를 함몰시키며 항서를 받아낸 것. 본격 기전에선 2006년 우승 이후 생애 두 번째 우승이다. 이날 졌으면 입대 전날(14일) 결승전을 둘 뻔했다.

◆박카스배 천원전 김지석 대 박정환=신흥세력인 김지석 6단(20세)과 박정환 4단(16세)이 뭍 강자를 꺾고 결승에서 만났다. 준결승에서 박정환은 응씨배 우승자 최철한 9단을 꺾었고 김지석은 7일 안조영 9단을 반집 차로 제쳤다. 김지석은 지난 8월 물가정보배 결승에서 이창호 9단을 2대0으로 격파하며 생애 첫 우승컵을 따냈다. 박정환 역시 올 초 10단전에서 백홍석 6단을 2대0으로 꺾고 우승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새 얼굴 강유택·홍기표·안형준의 등장=원익배 10단전 4강 구도가 재미있다. 준결승 두 판 중 하나는 김지석 대 박정환이고 다른 한판은 이창호 대 강유택 3단이다. 프로 3년차인 강유택(18세)은 최철한과 백홍석을 연파하고 4강에 올랐다. 그야말로 상위권이 뒤죽박죽이다. 최고 역사를 자랑하는 53기 국수전에선 가장 먼저 4강에 오른 두 사람이 홍기표 4단과 안형준 초단이다. 올해 프로에 데뷔한 안형준은 준결승에서 GS칼텍스배 우승자 조한승을 꺾었다(국수전은 타이틀 보유자 이세돌의 부재로 올해는 도전기 없이 토너먼트로 끝낸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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