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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년·미노년 신조어 뜬다 … 젊음 파는 패션·미용 주목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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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10일 서울 쉐라톤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2009 테크플러스 포럼’에서 서울대 김난도 교수가 2010년 사회·소비 트렌드 전망을 발표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내년 사회·소비 트렌드는 ‘타이거로믹스(Tigeromics)’로 요약된다.”

서울대 김난도(소비자학) 교수는 10일 서울 광장동 쉐라톤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2009 테크플러스 포럼’(중앙일보·한국산업기술진흥원 공동 주최, 지식경제부 후원) 이틀째 강연에서 이런 내용의 발표를 했다. <관계기사 e11면>

타이거로믹스는 한국풍이 유행한다는 뜻의 ‘타임 포 코리안 시크(Times for Korean Chic)’, 지역 사회의 부각을 나타내는 ‘인투 아워 네이버후드(Into Our neighborhood)’ 등 10가지 트렌드의 머리글자를 딴 것이다. 김 교수는 경제·정치·행정·과학기술·패션·대중문화 등 13개 분야 20여 명의 ‘트렌드 헌터’팀을 꾸려 지난 1년간 수시로 사회·소비 동향을 파악하게 하고, 이를 바탕으로 내년 트렌드를 분석했다.

그가 내세운 타이거로믹스는 호랑이(Tiger)와 경제(Economics)의 합성어이기도 하다. 김 교수는 강연에서 “호랑이 해인 내년에 호랑이 같은 기상으로 웅비할 한국 경제를 나타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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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풍의 유행=내년에는 한국이 뜨고, 한국인이 하나 될 계기가 많다. 2월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김연아 선수의 활약이 기대된다. 남아공 월드컵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한국 개최 등도 있다. 이런 흐름을 타고 한국적인 것이 다시 부각될 것이다. 막걸리 열풍은 그 전주곡이다. 젊음의 거리인 서울 홍익대 근처에는 ‘묘한 술책’(주점), ‘바삭’(튀김집) 등 한글 간판이 늘고 있다. 내년에는 한국의 전통미를 현대 감각으로 살려낸 디자인이 인기를 끌 것이다.

◆떴다, 우리 동네=아파트는 더 이상 단순한 주거 공간이 아니다. 최근 분양하는 아파트 중에는 자전거도로·산책로에 북카페·독서실 같은 문화 공간, 수영장·피트니스센터까지 갖춘 곳도 있다. ‘동네 스펙’을 높이려는 시도다. 앞으로 건설사들은 주민의 요구에 맞춰 아파트 단지를 ‘작은 도시’로 꾸미게 될 것이다. 내년에는 지방자치단체 선거와 행정구역 통합 논란을 거치며 동네보다 더 큰 행정구역의 아이덴티티(정체성)를 높이려는 시도가 이뤄질 것이다.

◆딴짓의 즐거움=올해 파스타에 홀려 회사를 그만두고 이탈리아 여행을 한 여성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됐다.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여주인공 구혜선은 그림 전시회를 열었다. 한 우물만 파는 식으로 본업에만 빠지지 않고 전문가적 취미를 키우는 사람이 늘고 있다. 기업도 직원이 딴짓하는 데 관대해져야 하지 않을까. 일본 게임회사 닌텐도는 원래 트럼프 등을 만드는 곳이었으나, 업무 시간에 딴짓하던 직원의 제안으로 비디오 게임기를 만들면서 세계 최고의 게임 회사가 됐다고 한다.

◆금기의 종언=연예인들이 공공연히 성형수술 전 모습을 드러내는 세상이다. 예전 같으면 금기시했던 행동과 발언이 오히려 ‘용기 있고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우려되는 것은 대중 매체에서의 성 개방 풍조다. ‘금기의 종언’은 한편에서 ‘고정 관념을 깨는 아이디어 상품’으로도 나타날 것이다. 네모난 수박이 등장하고, 지난달엔 녹색 귤이 불티나게 팔린 게 그런 사례다.

◆당신의, 당신을 위한, 당신에 의한=‘소비자 중심주의’는 갈수록 강화된다. 기업들이 문제점을 보완해 완제품을 내놓을 목적으로 시제품을 사용(try)하도록 하는 소비자층(consumer), 이른바 ‘트라이 슈머’도 나타났다. 기업들은 소비자 집단뿐 아니라 개인까지 만족시킬 방법을 찾아야 한다. 가입자마다 할인과 포인트 적립 대상 점포를 달리 선택할 수 있는 신용카드까지 나오지 않았나.

◆전지전능 솔루션=‘소원을 말해봐’라는 여성 아이돌 그룹의 노래를 들어봤는가. ‘너의 지니(마술 요정)가 되어 너의 소원을 들어주겠다’는 가사다. 한 통신회사는 ‘생각대로’를 모토로 내걸었다. 원하는 것을 이루고픈 소비자의 심리를 공략한 것이다. 제품도 소비자의 편의성을 극대화한 쪽으로 진화한다. 특히 휴대용 통신기기는 옴니콤(Omni-Com), 즉 전화·카메라·TV·PC·환경센서·번역기 등 더욱 다양한 기능을 갖추려 시도할 것이다.

◆매너 남녀=“내로라하는 기업들은 경영과 관련한 능력만 보지 않는다. 다양한 경험과 인성을 중시한다.” 미국 IBM의 글로벌 인력담당 부사장인 팀 링고는 이렇게 말했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는 ‘전문가형’에서 친화력·도덕성을 갖춘 ‘휴먼형’으로 바뀌고 있다. 수출이 경제를 이끄는 한국에서도 글로벌 경쟁력, 글로벌 인간 관계를 중시하면서 인간성·매너 중심의 시대가 오게 된다. 세상은 양에서 질로, 다시 품격으로 옮겨가고 있다.

◆물의 르네상스=최근 물맛을 감별하는 ‘물 소믈리에’까지 등장했다. 여기에 더해 ‘워터 테라피’가 대중화된다. 건강 유지와 질병의 보조 치료법, 스트레스 해소 방법으로 물 마사지 등을 하는 것이다. 각종 해양 레포츠에 대한 관심도 늘어난다. 한때 부유층의 전유물이었던 스키를 많은 이들이 즐기게 됐듯, 해양레포츠도 대중의 여가 문화로 자리 잡는 원년이 될 것이다.

◆나이야 가라=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지만 바람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동안(童顔) 신드롬이 깊어지고 보톡스를 맞는 중년 남성도 늘고 있다. 가요계에서는 ‘아이돌’뿐 아니라 드렁큰 타이거·김장훈·이승철·이승환 등 30~40대 ‘엉(형)아돌’도 인기다. ‘미중년’ ‘미노년’이란 신조어도 등장했다. 불로초까지는 아니라도, 나이든 고객에게 젊음을 파는 패션·미용 산업에 주목해야 한다.

◆스타일에 물들다=지갑 속에 넣고 다니는 신용카드까지 디자인의 힘을 입어 변모할 줄 누가 상상했겠나. 휴대전화 줄에 걸고 다닐 크기의 ‘미니 카드’, 명화를 도안한 신용카드도 나왔다. 여성들이 하루 종일 생수병을 들고 다니는 점에 착안해 생수병 디자인 경쟁까지 벌어지고 있다. 서울은 국제산업디자인단체총연합회(ICSID)가 선정한 2010년 세계 디자인 수도이기도 하다. 서울의 복판은 더욱 자신만의 스타일을 살리려는 개인·공간·건축물로 넘칠 것이다.

김 교수는 이런 내년도 트렌드 예측을 정리한 책 『트렌드 코리아 2010』을 펴냈다. ‘미래의 창’ 발간, 1만3000원.

정리=권혁주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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