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30시간으로 인하여’ 서예전 개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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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30시간으로 인하여 우리는 서예가 그 어떤 예술보다도 수신성(修身性)이 높은 예술이라는 것을 몸으로 느꼈다. 붓을 들고 앉으면 완벽하게 몰입과 집중이 되어 무념무상의 경지에 빠질 수 있었다. 이 30시간으로 인하여 우리는 서예가 21세기에 세계인이 함께 누릴 수 있는 새로운 문화로 거듭날 수 있겠다는 확신을 얻었다”
거의 모든 글쓰기를 컴퓨터로 해결하는 시대에 서예 실습을 통해 몸과 마음을 닦고 새로운 문화 산업까지 모색하는 학생들이 있어 화제다.
전북대 중어중문과 김병기 교수가 학생들의 중국 고대문학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서예실습’ 과목을 개설한 것은 지난 2001년. 올해는 처음으로 21명의 수강생들의 작품을 모아 오는 14일(월)부터 21일까지 전북대 진수당 1층에서 작은 전시회를 갖는다. 학생들이 한 학기 동안 연습한 시구(詩句)와 자신의 호 그리고 좌우명 등 모두 3점을 모아 전시한다. 한 출판사의 도움으로 근사한 도록도 펴냈다.
중문과 2학년인 단송(丹松) 심소라 학생은 “사시사철 어떤 시련 속에서도 늘 푸른 소나무의 모습을 닮고 싶어 호를 ‘단송(丹松)’이라 지었다. 더불어 나도 할 수 있다는 도전정신을 길러보고 싶어 ‘호랑이굴에 들어가지 않으면 호랑이를 잡을 수 없다(不入虎穴 不得虎)’라 써보았다“고 한학기 수강 소감을 말했다.
천응(天鷹) 박세관(4년)은 “예리한 눈으로 세상을 내려다보는 매와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 호를 천응(天鷹)이라 지었다. 쉬운 길을 찾기보다 매사에 최선을 다하고자 각답실지(脚踏實地)라 써보았다”고 말했다. 서예 실습을 들으며 맑고 푸른 눈(마음)으로 세상을 긍정적인 시각에서 바라보자는 뜻으로 ‘청안인(靑眼人)’이라는 호를 지은 학생도 있고, 맑고 깨끗하며 고요한 새벽을 좋아해서 호를 ‘정흔(淨昕)’이라고 지은 학생도 있다. 연예인들을 중심으로 외국어 이름이 횡행하는 시대에 옛 선인들과 같이 호를 짓는 모습이 신선하다.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신경진 연구원=xiaokang@joongang.co.kr

전시일시: : 2009. 12.14 - 12. 21
장소: 전북대학교 진수당 1층 다목적 홀
개막초대일시: 2009. 12. 14(월) 오후 3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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