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비 신고 내용 분석] 4·13총선 이렇게 깨끗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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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자동차 확성장비 1백만원' 대 '자동차 확성장치 46만원' .

서울에서 당선한 A후보와 B후보가 제출한 선거비용 지출명세서 중 한 대목이다. 같은 용도를 놓고 신고액이 두배 이상 차이난다.

이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다. B후보는 선전벽보 등 인쇄비로만 3천만원을 썼다고 신고했다.

반면 A후보는 선거비용에 반드시 포함해야 하는 선전벽보.소형인쇄물 비용을 아예 뺐다. 대신 그는 후보용 사진 코팅비 5만원만 달랑 신고했다.

16대 총선 선거비용 지출내역서는 이처럼 주먹구구식이다. 당연히 2백27명의 지역구 당선자 중 법정선거비용을 초과했다고 신고한 사람은 한명도 없다.

지역구 당선자가 신고한 1인당 평균지출액은 8천7백75만원으로 법정선거비용의 69%. 선관위 관계자는 "업체마다 좀 차이가 나긴 하지만 홍보물 제작비 3천만~4천만원, 유세차량 임대비는 1천만원 정도" 라며 "선거운동원들의 인건비를 뺀 홍보비만 5천만~6천만원에 달한다" 고 했다.

그러나 지역구 당선자 중 6천만원 이하를 썼다고 신고한 사람만도 15명이나 된다.

서울.인천.경기 등 선거기간 내내 여야 모두 치열한 접전지로 꼽았던 수도권지역 당선자들의 신고액은 전국 평균보다도 오히려 적었다.

"(허위신고의)냄새가 난다" 는 게 선관위 관계자의 말이다.

시.도별로 볼 때 평균보다 많은 신고액을 기록한 곳은 전북(1억1천7백만원)을 비롯해 전남.제주.경북.충남북.강원 정도였다.

정우택(진천-괴산-음성.자민련).정인봉(종로.한나라)당선자 등 9명은 신고액이 법정 선거비용의 절반을 밑돌았다.

여야 각당은 선거기간 중 후보별로 수천만원씩 '실탄(돈)' 을 지원했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신고액이 사실이라면 선거운동에 들어간 후보 개인의 돈은 더욱 적다는 계산이다.

불과 몇백만원밖에 안 쓴 경우도 있다. 후보들의 수입.지출보고서를 토대로 할 때 2백27명의 당선자 중 14명을 뺀 2백13명(전체의 94%)은 선거 후 돈이 오히려 남은 것으로 나타났다.

흑자선거를 치렀다는 얘기다. 김성순(서울 송파을.민주)당선자는 1억6천2백만원의 수입 중 8천1백만원을 쓰고 8천1백여만원을 남겼다고 신고했다.

박승희.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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