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만석씨 행방 '해외 도피'로 가닥 잡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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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경부고속철도 차종 선정 로비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최만석(59)씨의 행방이 '해외 도피' 쪽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검찰은 "출입국 기록 등을 점검한 결과 崔씨가 출국한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 며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 고 자신해 왔다.

그러나 崔씨의 재미 대학동창인 閔모씨가 본사 취재진과의 전화통화에서 "지난 2월말 LA 코리아타운에 있는 崔씨 사무실에서 崔씨를 만났다" 고 증언, 사실상 국내 체류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졌다.

閔씨는 "하지만 최근에 崔씨의 사무실에 가보니 다른 사무실로 바뀌어 있었고 전화연락도 되지 않았다" 고 말했다.

그는 이어 "崔씨를 알 만한 사람이나 먼 친척에게 崔씨의 행방을 물었지만 모두 모른다고 답했다" 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崔씨가 그동안 중국에서 생산된 가발.옷 등을 사들여 미국에서 판매하는 무역업을 하면서 중국을 자주 갔었다" 며 "4개월 전쯤에는 홍콩으로 가겠다고 말했었다" 고 전했다.

이에 따라 崔씨가 이미 미국 LA에서 빠져나가 홍콩이나 중국으로 건너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그는 그러나 "崔씨가 정.관계 인사들을 상대로 돈을 뿌리는 로비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머지않아 한국 검찰에 출두할 것" 이라고 예상했다.

검찰도 崔씨가 해외로 도피했다는 첩보를 입수, 확인 작업에 나섰다.

한 검찰 관계자는 "지난달 중순 미국 LA 동부 롤렌하이츠에 위치한 한인식당에서 崔씨를 보았다는 얘기가 나오는 등 몇 건의 목격담이 파악됐다" 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지금까지의 얘기와 달리 閔씨의 증언은 '목격담' 이 아니고 최씨와 '대화' 했다는 것인 만큼 신빙성이 크다" 며 곤혹스러워했다.

검찰은 공식 출국기록에는 崔씨의 기록이 남아있지 않은 만큼 위조여권을 이용하거나 밀항을 통해 출국했을 경우를 염두에 두고 다각도로 그의 행방을 쫓고 있다.

검찰은 崔씨를 검거하지 못하면 더 이상 수사 진전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혀 왔기 때문에 해외도피설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고속철도 차량선정을 둘러싼 로비 의혹의 수사는 장기화할 것이 확실하다.

검찰은 또 崔씨의 서울 주소지인 서초구 서초동 S아파트에 거주해 왔던 K씨(49.여)가 올해 1월 6일 캐나다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K씨의 출국이 崔씨의 도피 행각과 어떤 연관성을 갖는지 캐고 있다.

검찰은 하지만 여전히 국내 체류 가능성에도 매달리고 있다. 따라서 그의 국내 신용카드 사용 내역을 정밀 추적하면서 은신처로 추정되는 연고지를 중심으로 탐문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이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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