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 서울탐험] 소공동 중국인 거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우리의 전통 음식이나 다름없이 된 중화요리는 다양한 종류와 희귀한 첨가물 때문에 그 재료들을 아무 곳에서나 쉽게 구하지는 못한다.

때문에 여러 종류의 음식재료상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중화요리 재료상들은 한지역에 집단을 이뤄 거래한다.

서울 중구 북창동 프라자호텔 뒤쪽에서 남대문로로 연결되는 골목. 중국음식 재료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상점들이 몰려 있어 '미니 중국인 거리' 라는 별칭을 가진 곳이다.

실제로 6.25 이전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중국인 타운으로 불리며 화교들이 집단 거주했던 영향으로 지금도 중국인들이 심심찮게 이곳을 찾고 있다.

지금은 '××상회' '××상사' 등 예스러운 상호가 걸린 가게 중 절반 이상을 한국인이 운영하고 있으며 일부 중국인 가게는 가업(家業)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꽃빵(화결).감자전분.동고버섯.초고버섯.양장피.필리핀해삼.춘장.백후춧가루.냉동샥스핀.진양죽순.물밤.호유.완두콩 등 갖가지 제품을 서울과 지방의 중국 음식점들에 공급하고 있다.

미국.일본 등 동포들이 많이 사는 해외 도시에 수출도 한다. 가게마다 대개 단골이 있으나 음식점 주인이 중국인일 경우에는 대부분 화교가 운영하는 상점을 골라 이용한다.

중국인 거리에서는 중국 음식점의 주방장이나 배달원으로 취업하기를 희망하는 구직자들이 몰리는 이색 인력시장도 열린다.

매일 오전 6시쯤이면 최고 2백여명까지 모여들어 취업 정보를 나누며 종업원을 구하려는 중국 음식점을 알선받기도 한다.

상인들은 "향수를 느끼는 중국인들이 이곳을 찾곤 한다" 며 "한때 전국 상권을 독점했으나 최근에는 서울 변두리를 비롯한 전국 곳곳에 중국음식 재료상들이 등장해 이 거리도 많이 쇠퇴했다" 고 말했다.

김석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