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 2000] 들소떼 이동할 땐 왜 안 막힐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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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대도시의 교통체증이 심각한 문제로 등장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교통체증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비롯, 배기가스로 인한 대기오염이나 정신적 스트레스 등 그 폐해가 적지 않다.

그러나 도로망 확충으로만 차량증가에 대비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따라서 선진국에서는 차량흐름에 따라 신호를 자동제어하는 첨단 지능형 교통시스템(ITS)의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아울러 유체역학과 통계물리학의 이론을 응용, 교통흐름을 원활히 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고속도로에서 갑자기 차량이 밀리다가도 어느 시점에서는 잘 빠지기를 반복하는 현상은 카오스이론이나 상전이(相轉移)이론으로 설명된다.

즉 차량속도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정체를 빚는 것은 수증기가 물로, 물이 얼음으로 변하는 상전이현상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또 통계물리학자들은 차량 한대가 브레이크를 밟거나 차선을 바꾸는 등의 작은 변화가 수㎞의 먼 거리까지 전달되면서 차량 전체 흐름에 영향을 주는 원리를 컴퓨터 모의실험을 통해 밝혀낸 바 있다.

수만마리의 새떼가 일제히 하늘을 날거나 아프리카 초원의 들소 무리들이 떼지어 뛰는 모습 역시 교통문제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게는 흥미로운 관심거리다.

동물들이 서로 충돌하지 않으면서도 빠르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원리를 잘 터득하면 수많은 차량의 행렬이 원활히 흐르게 할 수 있는 단서를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의 한 연구에 의하면 도로에서 모든 차량들의 속도가 일정한 상태에서 소통이 가장 잘 된다고 한다.

그리고 차량속도가 급격히 감소하는 정체전환이 일어나지 않도록 '임계값' 이하로 차량들을 제어하면 교통체증을 막을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2010년까지는 정보통신.전자.컴퓨터 기술 등을 동원한 첨단시스템을 갖출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아무리 첨단 교통체계라 하더라도 운전자들이 기본적인 교통법규와 운전예절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면 아무런 효과가 없는 무용지물로 전락할 수 있다.

최성우 <과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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