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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안보다도 7조 증액 … 국회 ‘예산 뻥튀기’ 되풀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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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회가 상임위별 예산심사 과정에서 정부안보다 7조820억원가량을 증액한 것으로 나타났다. 8일까지 예산안 예비심사를 마친 12개 상임위의 예산안을 집계한 결과다. 4대 강 사업(3조5000억원)의 두 배가 넘는 예산이 20여일 만에 뚝딱 늘어난 것인데, 여야 의원들이 경쟁적으로 지역구 예산 챙기기에 나선 결과다.

정부가 지난 10월 국회에 제출한 2010년도 예산안 규모는 252조4000억원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확장적 재정정책을 유지하되 재정건전성을 감안해 빠듯하게 짰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이 상임위 예비심사를 하면서 대폭 증액시켰다. 매년 되풀이되는 고질적 관행이 올해도 반복된 것이다. “아직 심사를 마치지 못한 4개 상임위(교육과학기술위·농림수산식품위·환경노동위·정보위)의 증액분을 감안하면 증액 규모는 10조원에 달할 것(예결위 관계자)”이란 전망도 나온다. 물론 상임위에서 예산을 늘렸다고 해도 예결위 소위와 전체회의를 거치면서 또 한번 조정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9일 “선심성으로 증액한 지역 사업들은 예결위에서 철저히 심사·삭감하겠다”고 경고하는 일도 벌어졌다. 지난해도 국회는 상임위 심사에서 11조4000억원을 늘렸다.

가장 많이 증액한 상임위는 국토해양위다. 4대 강 사업을 원안대로 의결하는 대신 일반 SOC(사회간접자본) 분야에서 모두 3조4660억원의 예산을 늘렸다. 지난해 증액분 1조8458억원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4대 강 사업을 통과시켜야 하는 한나라당과 4대 강 사업엔 반대하면서도 지역구 토목공사는 챙겨야 하는 야당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민주당 최규성(김제-완주) 의원은 4대 강 반대란 당론에도 불구하고 지역구의 동진강 홍수방지 예산을 정부 원안(373억원)에다 351억원을 더 얹었다. 최 의원은 “동진강은 4대 강보다 상습 침수피해가 더 많은 곳”이라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는 지역별 ‘테마 예산’을 챙겼다. 부산은 부산영상센터 건립 100억원 등 영화 관련 예산을, 마산·창원·진해는 3·15 의거 50주년 드라마 제작비 5억원 등 드라마 예산을 반영했다. 전남은 자동차 경주대회인 F1 코리아 그랑프리 개최 지원에 945억원을, 광주는 4·19 50주년 기념 문화행사 지원비 10억원을 올려놓았다.

보건복지가족위의 경우 여야가 복지예산을 경쟁적으로 늘리면서 ▶지역거점병원 공공성 강화 3520억원 ▶산모 신생아 도우미 지원 3443억원 등 총 1조1737억원이 증액됐다.

반면 기획재정위는 3248억원을 깎았다.

선승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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