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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나우] 중국, 자전거 천국은 옛말 … 마이카족 질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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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천안문(天安門) 광장의 자전거 부대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의 상징 중 하나였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출퇴근길에 국가의 상징대로인 창안제(長安街)를 내달리는 자전거 물결은 장관이었다. 그러나 지금 창안제에서 그 모습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교통에 지장을 준다는 이유로 자전거가 좁은 시내 골목길로 내몰렸기 때문이다. 여전히 중국의 자전거 도로는 잘 정비돼 있지만 ‘자전거 천국 시대’는 사실상 막을 내렸다.

자전거가 사라진 자리를 자동차 행렬이 채우고 있다. 베이징(北京)·상하이(上海)·선전(深)뿐 아니라 내륙 지방에도 도로가 대대적으로 정비되면서 자동차가 질주하고 있다. 벤츠·아우디·BMW·폴크스바겐뿐 아니라 한국 자동차도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가고 있다.

신문과 방송에는 자동차를 사면 달라지는 중산층의 안락한 생활을 강조하는 광고들이 넘쳐난다. 때마침 중국 정부가 내수 경기를 살린다며 자동차 구매자에게 세금 혜택을 주면서 올해 자동차 생산·판매는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중국은 올해 세계 최대 자동차 생산국이 된다. 이미 1200만 대를 돌파했으며 연말엔 1300만 대에 이를 전망이다.

그러나 중국의 자동차 대국 등극은 여러 가지 부작용도 양산하고 있다. 운전자들은 보행자와 자전거를 위협하는 난폭 운전을 일삼고 있다. 대도시에서는 자동차가 짧은 기간에 크게 늘어나면서 출퇴근 지옥 체증이 반복되고 있다. 상하이에서 차를 사려면 번호판 구입에만 4만 위안(약 800만원) 이상을 내야 한다. 자동차를 할부로 사고 매월 빚 갚기에 허덕이는 ‘차노예(車奴)’ 현상도 생겨났다. 환경 오염 문제도 심각하다. 이러다간 중국인들이 자전거 천국을 그리워할 날이 다시 올지도 모르겠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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