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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회담 깊이읽기] 4·끝 4강 도움 필요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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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 4월 10일 남북 정상회담 합의소식이 발표되자 미.일.중.러 4국은 즉각적인 환영성명을 발표했다.

이같은 신속한 반응은 한반도 문제의 이중적 성격을 다시 한번 우리에게 일깨워준 것이다.

한반도 문제는 우리 한민족의 생존과 직결된 민족문제일 뿐만 아니라 주변 4국의 국익과 연결된 국제문제인 것이다.

따라서 남북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이들 4국의 협조가 절대 필요하다.

그러면 주변 4국은 남북 정상회담을 정말 전폭적으로 지지.환영하는 것일까.

미국은 환영과 우려의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미국은 유일 초강국 지위유지를 목표로 중국의 초강대국화를 저지하고 북한을 영향권 안에 편입하려는 정책을 추진하는 가운데,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문제 해결에 최우선적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따라서 한.미.일 공조체제의 지속과 더불어 남북 정상회담을 통한 한국의 대규모 경제지원이 미국의 대북 협상력을 약화시키지 않기를 원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환영과 기대의 태도를 나타내고 있다.

일본은 21세기 세계 일류대국화를 목표로 방위력 확보 및 정치.경제적 역할 증대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그리고 남북 정상회담이 대북 수교교섭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며, 결과적으로 북한 미사일문제 해결과 일본의 대북 경제진출 및 환동해(環東海)경제권 개발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도 지지와 관심을 표출하고 있다.

중국은 21세기 사회주의 대국화를 목표로 한반도에서 북한에 대한 지원을 지속하는 한편 남한과의 정치.경제.군사적 관계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중국이 가장 적극적인 지지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그 이유는 남북경협을 통한 북한의 경제회복과 사회안정이 북한에 대한 중국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나아가 한반도 평화와 중국의 동북3성 지역경제 발전에도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며 미국과 일본의 대북한 영향력 확대도 견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러시아도 환영과 참여의 자세를 시사하고 있다. 러시아는 그동안 한반도 문제에 적극 개입할 능력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동북아 안정과 현상유지를 목표로 설정했다.

그러나 이제 새로운 지도자의 영도 아래 남북한 동시 수교국이라는 장점을 살려 대(對)한반도 영향력 재건 및 남북한과 러시아 3각 경협사업을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남북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무엇보다 우선 평화와 협력의 원칙을 북한과 주변 4국에 분명하게 제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

주변 4국의 대 한반도 영향력 확대경쟁을 억제하고, 미-일 대 중-러간의 정치.안보적 갈등관계를 화해관계로 전환하기 위해 한.미.일 공조체제와 북.중.러 동맹체제를 남.북.미.일.중.러 협력체제로 발전시켜 나가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 의제구분과 다층적 회담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지켜나갈 전략이 필요하다.

북한 미사일문제는 북.미회담 사안으로, 주한미군 문제는 한.미회담 사안으로, 한반도 긴장완화 문제는 남북회담 사안으로 역할을 분담해 주변 4국의 협력을 구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다자(多者)경제협력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적극적으로 만들어 갈 필요가 있다.

동북3성 경제발전 및 시베리아 개발, 그리고 환동해 경제권 발전을 추구하는 중.러.일의 입장을 고려해 남북 경협사업에 제3국 참여를 적극 보장함으로써 동북아 공동번영을 함께 이뤄가는 정책을 펴나가야 한다.

허문영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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