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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과 함께 동몽골 친환경 개발 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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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따듯한 날씨에 친절한 사람들이 있어 여러 번 왔어도 또 오고 싶은 곳이 한국입니다.”

입을 열기 전까지 그는 인상 좋은 한국 사람처럼 보였다. 도를릭자브 담빙(50·사진) 몽골 대통령 비서실장은 눈보라가 몰아치는 삭막한 초원에서 날아온, 유목민의 후예답게 날씨 얘기부터 꺼냈다. 모처럼 푸짐하게 흩날린 눈 덕에 몽골 손님은 서설(瑞雪: 상서로운 눈)을 몰고 온 격이 됐다.

9일 서울 롯데호텔 벨뷰룸에서 개막하는 ‘알타이 문화 2009 포럼’에 참석하는 그는 “몽골 정부에서 이번 포럼에 큰 관심을 쏟고 있다”고 전했다.

“마침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제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열리고 있습니다만 이번 포럼 주제 또한 ‘지속가능 녹색성장을 위한 중앙아시아와의 협력 방안’입니다. 몽골은 기후변화가 심한 땅이어서 자연과 어울려 사는 것이 생존에 중대한 문제죠. 서구사회가 산업화 과정에서 겪은 잘못과 시행착오를 거울삼아 유목민에 알맞은 친환경적 발전 모델을 찾는 것이 우리 과제랍니다.”

한국·몽골·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 6개국 대표가 머리를 맞댄 ‘알타이 문화 2009 포럼’은 소설가 황석영씨가 제안한 ‘알타이 문화연대’를 다지는 자리다. 새로운 문화의 경이로운 만남으로 이동과 조화, 생존과 절제, 정체성과 다양성이 어우러진 21세기를 만들어가자는 뜻을 담고 있다.

“몽골은 오래 전부터 남한과 같이 잘 살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을 협의해왔습니다. 이번에 거듭 확인한 사실은 한·몽이 맞들면 두 나라 모두 훨씬 좋아질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겁니다.”

도를릭자브 비서실장은 상당히 구체화된 ‘동몽골 공동개발 계획’을 밝혔다. 한반도 땅덩어리의 약 1.3배쯤 되는 동몽골 지역을 농업·축산·광산업을 축으로 한 친환경 사업으로 함께 일궈가면서 자연스럽게 북한을 참여시킨다는 복안이다. 몽골은 이미 북한과 건설 인력 5000명을 받아들이기로 계약했으나 최근 급변한 경제상황 탓에 무산됐다는 것이다.

“몽골은 남북한 모두와 잘해나갈 여건이 조성돼 있습니다. 자연보호와 녹색성장이 관건인데 ‘알타이 문화 포럼’이 이렇게 두루 끈을 맺어주니 몽골은 한국과 더불어 세계에 모범이 되는 발전 사례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더 굳어졌습니다.”

마침 내년은 한국과 몽골 수교 20주년이 되는 해다. ‘알타이 문화 포럼’은 2010년 6월께 몽골에서 ‘알타이 초원 문화제’를 열어 21세기를 향한 알타이 연대의 꿈을 세계에 널리 고할 예정이다.

“21세기 몽골의 미래는 밝다”고 자신하는 도를릭자브 비서실장은 “한·몽 간 형제의 연이 그 한 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정재숙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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