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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칼럼] 오바마의 집권 2년차, 더 괴로워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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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오바마는 현재 국내 문제에 집중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그의 금융위기 대책과 전반적인 직무 수행에 대한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다. 건강보험·금융·에너지·이민법 개혁, 7870억 달러에 달하는 재정 부양책, 10.2%에 이른 실업률 등 풀어야 할 난제가 쌓여 있다. 내년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의석을 잃을 가능성도 크다.

지금껏 오바마의 대외 정책은 큰 사건이 터져 사람들의 이목이 쏠리지 않도록 하는 데 맞춰졌다. 대중 관계의 경우 미·중 간 무역분쟁이 양국 관계를 해치지 않을 것이란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 애를 썼다. 러시아에 대해선 미·러 관계의 ‘리셋(reset)’을 약속하기도 했다. 결과는 나쁘지 않다. 아프가니스탄도 최악의 상황은 아니다. 이라크는 다음 선거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한반도의 상황도 평소에 비해 나쁘지 않다. 새로 들어선 일본 정부와 갈등을 겪고 있지만 파국은 피하고 있다.

하지만 내년엔 이렇게 국내외 이슈를 분리 대응하는 게 쉽지 않을 전망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국이다. 내년 선거를 의식해 정치권은 오바마에게 더 엄격한 기준을 요구할 것이다. 의원들은 높은 실업률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 위해 중국의 무역·환율 정책을 희생양으로 삼으려 할 터다. 중국의 반응도 문제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은 오바마와 마찬가지로 외교적 마찰을 피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적 자부심이 고양된 중국인들은 더 이상 워싱턴의 비판을 참으려 하지 않는다. 일련의 무역분쟁이 결국 양국 관계를 냉각시키고 더 큰 정치적 마찰을 불러올 것이다.

중국 말고도 문제는 많다. 아프간 추가 파병 성과가 나올 때까진 비판에 시달려야 한다. 이란 제재를 위해 동맹국들을 설득하는 데도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끝으로 코펜하겐 기후변화회의가 있다. 구체적인 감축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세계는 오바마에게 의회를 설득하라고 압박할 것이다. 하지만 공화당과 민주당 보수파는 오바마의 감축안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민주당 진보파와 외국 정부는 그의 타협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오바마는 취임 첫해를 잘 견뎠다. 하지만 당면 과제들은 2009년은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사실을 곧 알려 줄 것이다.

이언 브레머 유라시아그룹 대표
정리=김한별 기자 [Tribune Media Services=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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