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 “가나에 20만 가구 건설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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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STX그룹이 아프리카 가나에서 20만 가구, 100억 달러(약 11조5000억원) 규모의 주택 건설 사업을 추진한다. 이 프로젝트가 성사될 경우 역대 최대 규모의 해외 주택 사업이 된다. 1990년 동아건설이 수주한 리비아 대수로 공사 2단계(65억 달러)보다도 규모가 크다.

국토해양부 등에 따르면 강덕수 STX그룹 회장은 9일 서울에서 가나의 알버트 아봉고 수자원주택부 장관 및 가나 주택은행 관계자와 만나 이 사업을 위한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한다. 이 사업은 가나 측이 땅을 무상 제공하고, 한국이 건설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가나는 집을 짓기 위해 들여오는 장비·자재에 대해 면세 혜택을 주고, 한국은 현지 인력을 30% 이상 채용한다는 조건이다.

주택 건설은 가나의 수도인 아크라를 비롯한 10개 도시에서 내년부터 2014년까지 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이뤄진다. STX는 STX건설을 중심으로 각 계열사가 참여한다는 방침이다. 20만 가구 중 9만 가구는 가나 정부가 인수할 예정이다. 나머지 11만 가구는 현지의 일반 국민에게 공급되며, 가나 주택은행이 분양 희망자에게 분양 대금 전액을 지원한다. STX는 이와 별도로 고급 빌라 300가구도 지을 예정이다. 빌라 소유권은 STX가 갖는다.

가나를 비롯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는 자원이 풍부한 곳이다. 그러나 내전과 식민 지배로 각종 인프라가 낙후돼 있다. 국내 기업이 개척해야 할 신시장으로 꼽히는 이유다. 현재 국내 업계의 해외 건설 수주는 중동과 아시아가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반면 중남미·아프리카는 6% 미만에 그치고 있다. 정부는 8월 박영준 국무차장을 단장으로 한 대표단을 가나에 파견해 한국의 주택 건설 역량을 홍보한 바 있다.

정부는 STX그룹의 가나 주택사업을 계기로 해외 건설 수주가 미미했던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지역 시장에 국내 업체들의 진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토부 김영태 해외건설과장은 “우리 건설업체들이 자원이 풍부한 아프리카 국가에 대한 공략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도 시장 개척을 적극 지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염태정·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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