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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무용·음악의 한마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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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 2004 독일 피나 바우쉬 축제에 초청받은 안은미 무용단의 신작 ‘렛츠 고(Let's go)’. 아래는 인형극 ‘스탈린그라드 전투’에 나오는 정교한 인형.

가을 공연 한 편이 마음을 물들인다.

올해로 4회째인 '2004 서울공연예술제(SPAF)'가 10월8일부터 24일까지 국립극장과 대학로 등 서울 시내 여러 공연장에서 막이 오른다. 연극과 무용, 음악과 퍼포먼스가 모두 녹아 있는 프로그램이 다채롭다.

특히 독특한 색깔의 해외 참가작들이 눈길을 끈다. 구소련에서 독립한 그루지아의 인형극 '스탈린그라드 전투'에는 시(詩)적인 아름다움과 철학적 비극성이 이중주로 녹아 내린다. 극단 티빌리시 마리오네트 씨어터의 정교한 인형은 영혼이 깃들여 있다고 느껴질 정도다. 워싱턴포스트가 리뷰에서 "기술적으로 '스탈린그라드 전투'는 인형극이다. 그러나 우리가 아는 인형극은 허리케인의 재채기에 불과하다"고 극찬한 작품이다. 영국 런던에서도 연일 매진을 기록하며 흥행에서도 성공을 거두었다.

1990년대 일본에서 '조용한 연극'붐을 일으켰던 '도쿄 노트'도 공연된다. 히라타 오리자의 원작에서 배경만 서울로 바꿔 '서울 노트'로 올린다. 히라타와 박광정이 공동 연출을 맡고, 일본 배우 일곱 명이 무대에 오른다. 올해 홍콩 아트 페스티벌에도 초청됐던 '도쿄 노트'는 철저하게 대사의 힘을 보여주는 연극이다. 공연이 끝날 때까지 객석에는 환하게 불이 켜져 있다. 조명이나 무대 장치 등 외적인 요소가 아닌 대사만으로 승부수를 날리는 작품이다. 마치 미술관에 전시된 작품을 둘러보듯이 고요하게, 그러나 긴장감이 쉬지 않고 물처럼 흘러가는 모던한 연극이다.

또 햄릿을 이슬람 근본주의자로, 오필리어를 자살 테러범으로 설정한 쿠웨이트의 '알 햄릿 서밋'도 흥미롭다. 원작'햄릿'에 그려진 개인의 복수보다 정치적 헤게모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초혼'(이윤택 연출), '최승희'(손진책 연출), '차력사와 아코디언'(장우재 연출) 등 국내 참가작들도 무게감이 만만찮다.

이 밖에 '포스트모던 댄스의 개척자'로 불리는 트리샤 브라운의 첫 내한공연, 2004 피바 바우쉬 페스티벌 공연작인 안은미 무용단의 '렛츠 고 (Let's go) 등도 놓치기 아까운 작품이다. www.spaf21.com, 02-3673-2561~4.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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