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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 서울탐험] 신당동 떡볶이 골목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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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부드럽고 쫄깃쫄깃한 떡가래의 감촉, 매콤한 듯 하면서도 달짝지근한 양념, 아작아작 씹히며 감칠 맛을 내는 양배추와 어묵-.

조미 음식의 하나로 대표적인 서민 기호식품으로 자리잡은 떡볶이. 피자나 햄버거 등의 기세에 다소 밀리고 있으나 꾸준한 사랑을 받고있는 스테디 셀러다.

서울 중구 신당1동 302번지 일대 다산로 부근에 위치한 국내 유일의 떡볶이 골목이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데는 떡볶이에 대한 어른들의 향수와 신세대들의 신토불이 취향이 뒷받침하고 있다.

'신당동 떡볶이 골목' 은 1970년대 초 남산에서 청계천으로 이어지는 개천가에 차려졌던 떡볶이 노점상이 기원이 됐다.

74년 하천이 복개된 뒤 모여든 떡볶이 집들이 손님들의 입에 맞게 맛 개량을 거듭하면서 상권을 형성했다는 것. 이후 80년대 중반까지 서울 곳곳에서 몰려온 손님들로 넘쳐났는데 특히 주머니가 가벼운 학생들의 사랑을 받았다.

당시 가게마다 설치된 뮤직 박스에서 흘러나오는 팝송을 들으려는 단골도 많았다고 한다.

40곳에 이를 정도로 성업하던 떡볶이 집들은 현재 20여곳으로 줄었다.

그러나 20평이 넘고 산뜻한 인테리어로 치장한 현대식 업소들이 상당수 등장해 옛날 구멍가게 이미지는 많이 벗어났다.

상인들은 "먹거리가 다양해지고 생활수준이 높아져서 인지 최근 들어 고객들이 감소하고 있다" 고 귀띔했다.

이에 따라 손님의 발길을 끌기 위한 노력도 치열해 업소 공동의 가격 정찰제를 실시하고 하루 24시간 영업에 나서고 있다.

떡볶이 맛을 좌우하는 양념 개선에도 힘쓰고 있다.

하지만 '며느리도 몰라, 아무도 몰라' 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업소마다 제조 방법은 최고의 영업 비밀이다.

이지역 상우회 조옥성(46)회장은 "떡볶이 골목을 상징하는 아치를 만들고 매년 축제를 개최하는 등 외국인도 즐겨 찾는 서울의 명소로 가꾸겠다" 고 말했다.

김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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