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씨티그룹 ‘빚쟁이의 설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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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미국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공적자금의 상환 계획을 밝히면서 씨티그룹의 처지가 어렵게 됐다.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위기 이후 공적자금을 지원받았던 월가의 대형 금융회사들이 대부분 이를 상환하고 정부 규제로부터 벗어났다. 하지만 씨티그룹은 아직 상환을 하지 못하고 정부가 대주주로 남아 있다. 이는 다른 금융회사와의 경쟁에서 밀리며 씨티그룹의 실적을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실제 경쟁 금융회사들은 높은 보수를 제시하며 유능한 인재들을 끌어모으고 실적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씨티는 각종 보수 규제와 경영 간섭에 묶여 직원들의 이탈이 가시화되고 있다.

핵심 부서 내 인재들이 내년 초 보너스를 받을 때까지는 남아 있고, 이후에는 보수 규제를 받지 않는 경쟁 회사로 대거 이동한다는 것이다.

뉴욕 타임스는 “BoA의 경우엔 새 최고경영자(CEO)를 구하기 위해서라도 공격적으로 공적자금 상환 계획을 마련했지만, 씨티는 그럴 처지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월가에서는 정부가 씨티그룹의 지분 매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 관리하에 있던 금융회사들이 대부분 다시 민영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씨티그룹만 남겨놓기가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특히 경기부양책으로 재정이 고갈돼 정부는 지분 매각을 통해 재정을 충당하는 게 절실한 상황이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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