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CHA의과학대 서원희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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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든 부위를 새 세포로 대체하는 재생의학의 꿈은 실현될 수 있을까. 최근 줄기세포 연구는 배아 파괴라는 윤리 문제를 비켜가면서 꿈의 실현을 위한 조심스러운 행보를 하고 있다. 사람의 체세포를 역분화시켜 만능줄기세포를 만드는 것이 그것.

최근 CHA의과학대 의생명과학과 서원희(사진)·이태희 교수(현재 연세대)팀은 이 분야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성과를 얻었다. 사람의 평활근 세포를 역분화해 만능 줄기세포로 만들고, 이를 분화시켜 사람의 체세포와 다시 비교한 것. 결과는 고무적이다.

모양과 기능면에서 두 세포가 매우 흡사하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논문은 4일 국제 저널인 『서큐레이션 리서치』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사람의 세포와 인위적으로 만든 세포가 유사하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나.

“유전자 발현, 후성학(유전자 배열과 관련 없이 나타나는 유전적 징표)적 특징, 혈관수축제에 대한 세포 반응 등에서 두 세포의 기능이 비슷하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는 면역거부 반응이 없는 환자 맞춤형 세포치료제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유도만능 줄기세포로 만든 세포와 인간의 체세포가 유사하다는 것을 밝힌 연구는 처음이다.”

-줄기세포의 임상(질병 치료)이 가시화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질환에 가장 먼저 활용되나.

“탯줄과 태반, 지방 등에서 유래한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해 다양한 세포치료제가 개발되고 있다. 또 배아줄기세포를 활용해 눈의 망막질환인 황반변성이나 망막색소변성증을 치료하는 임상실험이 미국에서 곧 시도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역분화 줄기세포의 강점은.

“환자의 체세포를 역분화시킨 줄기세포는 배아줄기세포와 유사한 자기복제 및 다분화(여러 장기를 만들 수 있는) 기능을 지녔다. 난자를 사용하지 않아 윤리적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환자의 체세포를 이용하므로 면역거부 반응도 없다. 이런 장점으로 현재 역분화를 이용한 유도만능 줄기세포 연구가 크게 각광받고 있다.”

-국내 기술력이 외국에 비해 어느 정도 앞서 있나.

“유도만능 줄기세포에 대한 연구는 일본 야마나카 그룹(세계 처음 역분화 기술 개발)과 미국 MIT, 하버드대학, 위스콘신 대학 등이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연구진 (해외 한국과학자 제외)의 기술력도 뛰어나다. 마우스 유도만능 줄기세포의 경우 차의과학대 도정태 교수팀이 앞서 있고, 또 인간 체세포를 이용한 만능줄기세포 관련 연구 논문은 우리 팀이 유일하다. 그렇더라도 냉정히 평가하면 외국의 연구수준에 상당히 미흡한 편이다.”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세포치료제를 만들 경우 어떤 환자가 수혜를 받나.

“이번 실험은 혈관의 평활근세포를 이용했다. 따라서 평활근세포의 괴사로 혈관벽이 얇아지는 대동맥류 및 말판증후군 환자 치료에 응용될 수 있다. 하지만 이 실험에 사용한 역분화 방법을 바로 임상에 적용하기는 어렵다.”

-현재 어떤 연구를 진행하고 있나. 그리고 앞으로의 과제는.

“유도만능 줄기세포 연구의 핵심은 보다 효율적으로, 또 안전한 방법으로 체세포를 역분화하는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다. 또 이러한 역분화 현상을 이해하는 메커니즘 연구가 좀 더 진행돼야 한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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