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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고어 박빙 싸움 1%P차 승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미국 대선(11월 7일)이 6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언론.여론조사기관들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접전이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e-메일 인터뷰를 통해 미국내 최고의 선거전략가로 꼽히는 딕 모리스(vote.com 대표)로부터 미 대선의 향방을 알아봤다.

"1%포인트 남짓 차이의 스릴 넘치는 게임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여러 측면을 종합해볼 때 앨 고어 부통령에게 유리한 상황입니다. "

'선거의 귀재' 로 통하는 미국의 선거전략가 모리스는 최근 중앙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오는 11월 7일 벌어질 미국 대통령선거의 향방을 이같이 전망했다. 그는 빌 클린턴 대통령의 아칸소 주지사 당선을 비롯해 클린턴이 두 번에 걸쳐 대통령에 당선되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 올해 미국 대선이 과거 대선과 다른 특징은 무엇인가.

"대선 주자들 모두 비슷한 성향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고어 부통령이나 조지 W 부시 텍사스 주지사 모두 유명한 아버지를 두고 있고, 미국 정치 스펙트럼의 중심부에 있는 중도 성향의 인물들이다.

때문에 중도 성향의 지지를 확보했다고 생각하는 이들 두 주자는 저마다 당선을 위해선 극단주의 성향을 가진 유권자들의 표가 중요하다고 보고 이들에게 집중적으로 호소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선 주자들은 극우.극좌보다 중도지향을 더 선호하고 있다.

주자들의 이러한 비슷한 성향과 공통점은 그 자체만으로도 과거와는 다른, 매우 이례적인 올해 미국 대선의 현상이라 할 수 있다. "

- 고어 부통령과 부시 지사의 선거전략 특징은.

"고어 부통령은 부시 지사를 그의 아버지인 조지 부시 전 대통령과 연계시키는 전략으로 나갈 것이다. 즉 부시 대통령 시절 미국은 경기침체를 겪었는데, 고어는 바로 이 점을 물고 늘어지려는 심산이다.

그는 또 부시 주지사를 극단적인 보수주의자로 몰고가려 한다. 부시 지사야말로 세금을 감면시켜 사회보장 및 의료정책을 위험에 빠뜨리려 한다는 것을 유권자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고어 부통령은 부시 지사가 낙태권을 없애려 하고 있다는 점을 국민에게 경각시키는 전략도 택하고 있다.

특히 부시 지사의 '우둔함' 을 부각시킬 생각이다. 그동안 각종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타났듯이 부시는 똑똑하지 못하며 대통령이 될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반면 부시는 클린턴 행정부 시절의 각종 섹스 스캔들로 고어 부통령을 묶어둘 전략이다.

게다가 1996년 고어 부통령은 불법 선거자금 모금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부시는 고어 부통령이 그저 많은 돈을 쓰기를 원하며 노동조합과 급진 소수파에게 휘둘리는 후보라는 점을 유권자들에게 집중 부각시키고 있다. "

- 공화당 경선에서 중도 사퇴한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어떤 행보를 취할 것으로 보나.

"한때 매케인이 제3당인 개혁당의 대선 후보를 모색한다는 말이 있었으나 결코 그런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 개혁당 후보는 보수주의 논객인 패트 뷰캐넌이 될 확률이 크다. "

- 개혁당이 큰 변수가 될까.

"뷰캐넌은 개혁당 후보로 선출되면 보수 공화당 유권자들과 자유무역을 반대하는 노동조합측 민주당 유권자들을 상대로 적극적으로 호소할 것이다. 그러나 과거와는 달리 제3당인 개혁당은 크게 약진하지 못할 것으로 본다. "

- 그러면 미국 대선 결과를 어떻게 예상하는가.

"선거 결과는 아주 엄청난 박빙의 게임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근본적으로 두 대선 주자들은 모두 비슷한 성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는 60, 68, 76년 미국 대선 때와 매우 흡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시 선거들은 겨우 1%포인트 남짓으로 결과가 판명났다. 이번 대선에서도 당시와 마찬가지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그야말로 살얼음판 결과가 예상된다. 그러나 여러 측면을 종합해보면 고어 부통령에게 유리하게 돌아간다.

왜냐하면 공화당측에 도움이 됐던 이슈들의 대부분은 이미 해결됐기 때문이다. 예컨대 항상 문제가 됐던 행정부의 적자예산은 지금 오히려 초과 상태이고, 공화당이 강조하는 각종 세금감면과 범죄율 감소도 이미 상당히 이뤄진 상태다. 나머지 이슈들은 민주당에 도움이 된다.

교육.환경.의료.사회보장.선거자금개혁 등이 그렇다. 공화당이 강조하는 공약이 해결된 상태이기 때문에 유권자들은 민주당 공약을 선택할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부시는 고어보다 매우 매력적인 개성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될 것이다. 그는 대중적 인기가 매우 높다. 이 점에서는 딱딱한 이미지의 고어보다 더 나은 후보로도 여겨진다. "

- 새로운 미국 대통령의 동북아 정책은 어떻게 되나.

"지금까지와 큰 차이는 없을 것이다. 부시 지사나 고어 부통령 모두 똑같은 세계관을 갖고 있다. 두 주자 모두 중국과 함께 하기를 원하며 중국을 고립시키려 하지 않는다. "

- 한반도 정책엔 변화가 없겠는가.

"둘 다 북한을 냉전상황에서 끌어내기를 바라며 북한을 세계 공동체의 한 부분으로 만들기를 원하고 있다. 그들 모두 한국과 대만을 보호할 것이다. 특히 고어 부통령은 부시 지사보다 더욱 한반도 문제에 관심을 기울일 것이다. 클린턴 행정부가 그래왔기 때문이다. "

e-메일 인터뷰=정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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