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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반 행위” 사과한 타이거 우즈, “부적절한 관계” 클린턴과 닮은꼴 어법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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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호 04면

‘제왕(帝王)은 무치(無恥)’라는 옛말은 시공을 넘어 ‘골프의 황제’ 타이거 우즈(34사진)에게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인가.

황제의 스캔들, 팬들은 용서할까

포브스 추산에 따르면 우즈는 재산 규모가 10억 달러를 돌파한 최초의 스포츠맨이다. 그가 등장하면 시청률이 두 배로 뛴다. 우즈는 역사상 최고의 골퍼다. 매 대회 골프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메이저 대회 18회 우승을 달성한 잭 니클라우스의 대기록을 깨는 것도 시간 문제다.

그런 우즈가 지금 ‘막장 불륜 드라마’의 주인공이다.

성문화가 개방적인 것으로 보이는 미국에서도 불륜은 엄연히 지탄을 받는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민의 약 80%는 “혼외정사는 이유를 막론하고 나쁘다”라고 반응한다. 혼외정사 비율도 예상보다 낮다. 유부녀의 15%, 유부남의 25%가 혼외정사 경험이 있다.

우즈는 프라이버시를 중시한다. 그가 2000만 달러를 주고 구입한 요트의 이름도 프라이버시(Privacy)다. 하지만 우즈는 언론의 추적을 피할 수 없었다. 꼬리가 길었다. 지난달 25일 불륜설이 보도됐다.

바람을 피우다 걸린 우즈는 2004년 결혼한 아내 엘린 노르데그렌(29)과 27일 부부싸움을 했다. 오전 2시55분에 캐딜락 SUV를 몰고 나가다 소화전과 나무를 들이받았다. 사건이 보도되자 우즈와 혼외정사를 가졌다는 여자들이 현재 4명 나왔다. 레이철 우치텔(34·나이트클럽 호스티스), 칼리카 모킨(27·마케팅 매니저), 제이미 그럽스(24·의료용 마리화나 판매상점 직원), 아직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제4의 여인(칵테일바 종업원)이 그들이다. 우즈는 2일 자신의 웹사이트에 사과 성명을 발표해야 했다.

제이미 그럽스의 경우 폭로를 결심한 것은 자신이 우즈의 아내를 제외하곤 유일한 여자인 줄 알았으나 레이철과의 불륜설이 보도돼 분노했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제이미는 31개월간 20회의 관계가 있었다는 것을 폭로했으며 미성년자가 봐선 안 될 휴대전화의 ‘섹스팅(sexting=sex+texting)’ 문자메시지 300개를 공개했다.

미국 타블로이드 언론은 이름없는 ‘소식통(source, insider)’을 인용해가며 새로운 사실을 속속 보도하고 있다. “사고 현장에 어머니와 장모도 있었다” “입막음 대가로 돈을 줬다” “안 줬다” “엘린에게 500만 달러를 줬다” “이혼하게 되면 엘린이 얼마를 받는다” “섹스 비디오도 있다” “약을 먹은 상태에서 관계를 했다”등등. 기자들은 우즈가 방문한 도시, 묵었던 호텔들을 이 잡듯이 뒤지며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고 있다.

제왕이 무치인 이유는 백성이 모든 걸 이해하고 용서하기 때문이다. 우즈는 용서받을 수 있을까.

우즈는 반듯한 사람으로 정평이 나있었기에 미 국민의 충격이 컸다. 우즈의 광팬(狂fan)들이 1996년 설립한 ‘타이거 우즈 제일교회’라는 교회는 실망한 나머지 문을 닫기로 결정했다. 교인들은 타이거를 ‘참 메시아’로 숭배했다. ‘타이거를 위한 기도’ ‘타이거 십계명’까지 고안했던 교회다.

위기 관리 전문가들에 따르면 불륜 등 스캔들이 발각되면 3단계 수습과정을 거쳐야 한다.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고 새로이 출발하라(admit, apologize, and advance)’는 것이다. 소위 스캔들 탈출의 ‘3A’다. 전문가들은 우즈가 사과하기까지 너무 뜸을 들였다고 지적한다. 10월 토크쇼 호스트인 데이비드 레터맨은 스태프 여성들과의 정사를 솔직히 고백해 스캔들을 조기에 진압한 바 있다.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올라가자 호떡집에 불이 난 듯하다. 다른 한편에서는 ‘남자, 특히 셀레브리티는 다 그런데 웬 난리냐’는 반응도 있다. 또한 “그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었다’는 반응도 있다. 하지만 많은 여성이 분노하고 있다. 엘린은 스웨덴 명문가 출신의 전직 모델이다. 아버지는 언론인, 어머니는 장관을 지냈다. 우즈와 아이 둘을 낳았다.

‘전화위복론(轉禍爲福論)’도 있다. 4일 LA 타임스는 “우즈가 더 유명해졌다”고 보도했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인기가 오히려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이낸셜 타임스(FT), ESPN 등은 나이키·게토레이드 등 스폰서와의 관계도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이 우즈와 맺은 계약에는 내용이 모호한 ‘도덕성 조항(morality clause)’도 있지만 우즈에게 적용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아 보인다.
웃을 일도 있다. 지난달 14일에 미리 찍은 골프다이제스트 1월호 표지에는 오바마 대통령과 우즈가 나온다. 표지 제목은 ‘오바마가 타이거로부터 배울 만한 요령 10가지’다.

아직 진행 중이지만 이번 스캔들은 이미 두 가지를 남겼다. 새로운 완곡어법(euphemism)이 탄생했다. 클린턴은 불륜을 ‘부적절한 관계(inappropriate relationship)’라고 표현했다. 우즈는 사과문에서 ‘위반 행위(transgressions)’라는 말을 썼다. 반성거리도 남겼다. 미국의 셀레브리티(celebrity·유명인) 문화가 이래도 좋은가 하는 반성이다. ‘유명한 것으로 유명(famous for being famous)’하기에 잘못을 저질러도 더 유명해지고 더 부유해지는 문화. 스캔들을 이용해 돈 버는 문화….

전 세계적인 망신 속에 우즈 부부는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현재 엘린은 침묵하고 있고 우즈는 사건 이후 두문불출이다. 막장 드라마는 보통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전 세계 우즈 지지자들이 해피엔딩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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