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회담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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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여소야대(與小野大)양당구도의 여야관계를 새로 정립하기 위한 여야 영수회담이 24일 청와대에서 열렸다.

◇ 회담 스케치〓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오전 11시55분 청와대 본관 입구에 도착해 한광옥(韓光玉)비서실장 등의 영접을 받았다. 李총재는 손에 대화자료를 담은 노란색 봉투를 들고 있었다.

회담장인 백악실 문에서 정면으로 바라보이는 자리에 李총재가, 그 오른편에 金대통령이 앉았다.

두 사람은 먼저 4.13총선 얘기로 말문을 열었다. 李총재가 "평택에 갔을 때 어찌나 춥던지 혼났다" 고 하자 선거기간 중 李총재가 감기로 고생한 걸 위로하듯 金대통령은 "건강해 보이셔서 좋다" 고 말했다.

배석자 없이 진행된 오찬을 겸한 회담에서 "金대통령은 주로 듣는 편이었으며, 두분간에 이견은 없었다" 고 박준영(朴晙瑩)청와대대변인은 전했다.

그는 또 李총재가 지역주의 문제.인사청문회 필요성.인위적 정계개편 등에 관한 의견을 개진하자 金대통령은 일일이 메모하면서 경청했다고 말했다.

◇ 뒷얘기〓특히 공동발표문 3항의 남북 정상회담 문제를 놓고 양측의 힘겨루기가 거셌다.

李총재는 상호주의 원칙을 발표문에 넣도록 고집했다. 청와대의 일방적 주도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23일 오후 11시30분쯤 청와대측은 "경제협력에서 상호주의 원칙을 지킨다" 는 타협안을 내놨지만 李총재는 비경제분야의 상호주의 원칙을 주장하며 '경제협력 등에 있어서' 로 바꾸자고 했다. 결국 협상이 결렬됐다.

24일 오전 8시30분 열린 실무협상에서 孟실장은 어두운 표정이었다. 李총재에게 네차례나 전화로 보고하며 "시간이 없는데 큰일" 이라고 혀를 찼다.

결국 金대통령은 李총재의 제안을 수락했다. 대신 "여야는 남북 정상회담 실현을 환영한다" 는 부분을 야당측이 양보했다. 그래서 검은색과 빨간색으로 문구 수정작업을 계속한 합의문 초안은 원래 문안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가 됐다.

발표문 4항의 '부정선거 수사' 도 뜨거운 쟁점이었다. 지역감정 해소방안으로 야당이 내놓은 '장.차관 등 고위 공직자의 지역안배' 는 청와대측의 반대로 삭제됐다.

회담 결과에 대해 여야는 대체로 만족하는 분위기다.

최상연.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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