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천연가스버스 도입 차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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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서울시가 2002년 월드컵 축구대회를 앞두고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추진해온 '천연가스 버스' 공급계획이 난항을 겪고 있다.

버스업계가 신형 천연가스 버스 값이 기존 경유 버스보다 3천만원 이상 비싸자 '선(先) 버스료 인상' 을 요구하며 도입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

신형 버스는 경유 연료 대신 압축천연가스를 사용, 같은 출력으로 주행할 경우 탄화수소.질소산화물.일산화탄소 등의 오염물질 배출량을 경유 버스보다 최대 41%까지 줄일 수 있게 된다.

◇ 서울시 계획〓서울 도심의 대기중 미세먼지 농도는 ㎥당 68㎍(1㎍은 1백만분의 1g)으로 월드컵 개최도시인 일본 오사카(37㎍)와 세계보건기구(WHO)권고기준치(50㎍)를 크게 초과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는 환경부의 천연가스 버스 보급 계획에 발맞춰 올해 4백80대를 시작으로 2002년 월드컵대회 전까지 시내 버스의 4분의 1인 2천대를 신형으로 바꾸기로 했다. 전체 오염물질 발생량의 40%이상인 경유버스를 천연가스 버스로 교체, 선수들의 경기력을 높이고 공기의 질도 개선하자는 취지에서다.

시는 버스업계에 기존 경유차(5천만원)보다 3천1백만원이 비싼 신형 차량 구입시 1천6백50만원을 무상지원(정부보조)하고 나머지 차액 1천4백50만원은 장기저리로 융자해 주기로 했다. 그러나 24일 현재 올 공급물량 4백80대 가운데 15대만 도입이 확정된 상태다.

게다가 천연가스 버스 운행에 필수 요소인 가스 충전소는 올해 설치예정인 16곳 중 은평구 수색동 공영차고지 한 곳에서만 공사가 진행 중이다. 민간 가스업체들이 신형차 보급이 미진하자 충전소 설치를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충전소 1개(버스 50대 용량)를 설치하려면 7억원이 든다.

◇ 버스업계 주장〓2년간 버스 요금이 묶여 경영난이 심화돼 지금 상태론 천연가스 버스를 구입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S운수 관계자는 "대기오염을 줄이자는 취지는 동감하지만 적자폭이 커져 부담 여력이 없다" 고 주장했다.

올해 10~20대의 낡은 버스를 각각 천연가스 버스로 바꿀 예정이던 K교통.B운수 등 30여개 업체들은 계획을 유보하고 버스값 인하.세제혜택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서울시.버스업계와 협의해 세제.금융지원을 늘리는 방안을 마련해 보급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 고 밝혔다. 천연가스 버스는 현재 현대와 대우자동차가 생산 중이다.

양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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