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경험 동두천 주민, 강원돕기 나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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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지난 22일 오후 7시 경기도 동두천시 중앙동 시외버스터미널 맞은편 한국통신 출입구 계단. 14명의 남녀 젊은이들이 흥겨운 기타반주에 맞춰 거리 노래공연을 펼치고 있다.

'강원도 산불 피해 주민들에게 사랑과 용기를…' 이라 쓰인 플래카드가 이들을 격려하는 듯 하다.

이날 오후 6시부터 3시간 동안 이들은 목이 쉬는 줄도 모르고 공연을 계속했다. 공연 중간중간 성금함에는 고사리손에서부터 할머니.주부 등 동두천시민 60여명이 주머니를 털어 성금을 기탁했다.

최악의 산불로 실의에 빠진 강원도 주민들을 돕기 위한 '보은의 이웃돕기 운동' 이 벌어지고 있는 현장이다.

동두천 10~20대 젊은이 50명으로 구성된 봉사모임 '참빛회' 는 지난 17일부터 이 곳에서 매일 저녁 2~3시간 동안 노래공연 모금에 나서 오는 30일까지 이를 계속한다. 회원들 중에는 중.고교생도 15명이나 된다.

이창세(李昌世.26.경희대 지리학과 4년)회장은 "동두천 시민들이 작년.재작년 2년 연속 여름철 수해로 시름에 잠겨 있을 때 강원도 주민들도 따뜻한 도움의 손길을 보내주었다" 며 "이에 대한 보답으로 이번 행사를 열고 있다" 고 말했다.

이들은 23일 오후에는 3시간 동안 중앙동과 보산동 등 시내 상가.번화가 등을 돌며 시민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신선희(申善姬.24.여.회사원)부회장은 거리노래 공연으로 "일주일 동안 50여만원이 걷혔다" 며 "망연자실해 있는 피해 주민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작은 정성이나마 돕고 싶다" 고 말했다.

이들의 공연이 알려지면서 동두천에서는 신흥중.고교생들이 모금에 나서는 등 열기가 확산돼 가고 있다.

한편 94년 3월 결성된 이 모임은 7년 동안 거리 노래공연으로 6천4백여만원을 모아 소년소녀가장 및 결손가정 청소년.혼자 사는 노인 등을 도왔다. 0351-865-7916.

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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