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옴부즈맨 칼럼] 증시동요 사전경고 미흡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정확한 보도와 정론 직필로 잠든 시민의식을 깨우고 사회개혁을 선도하는 좋은 신문 만들기는 언론 자신이 깨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언론의 제 정신 차리기를 가로막는 장애와 유혹이 도처에 있다.

일반 기업 못지 않게 언론도 치열한 부수 경쟁에 몰두하는 상업주의 경향이 있다.

정치 엘리트들과 건강한 거리를 유지하는 일이 또 어디 쉬운 일인가. 더구나 스스로 뒤집어쓰는 굴레가 있다.

스스로 하나의 권력이 되려고 하는 경향, 여론도 좌우하고 정치권력조차 눈치보게 하는 언론 권력이 되려고 하는 경향 말이다.

권언유착은 정경유착 못지 않게 우리 사회의 건강을 해치는 고질적 병폐다.

'시장에서는 돈이 말한다' 고 신문도 돈이 있어야 만드는데, '돈권력' 의 그늘도 큰 장애다.

중앙일보는 이같은 장애와 유혹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운가.

언젠가 주위 동료에게 팔자에 없는 옴부즈맨이 되었으니 참고하겠다고 중앙일보의 이미지에 대해 말해달라고 한 적이 있다.

한 친구는 중앙일보는 섹션 신문이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중앙일보는 한국 신문 중 처음으로 섹션화를 시도했고, 이것으로 신문의 질을 한 격 높였다.

다른 친구는 중앙일보는 경제 기사가 강하다고 했다. 이것도 맞는다.

중앙일보는 어떤 경제신문 못지 않게 경제 기사의 지면 양도 많고 질도 높다는 생각을 나는 갖고 있다.

또 어떤 친구는 중앙일보는 일상 생활과 관련한 기사를 많이 다루고 읽을거리가 많다고 했다.

한 친구는 아주 비판적이었다. 중앙일보는 "사주가 탈세 혐의로 구속되고 기자들도 '사장님 힘내세요' 어쩌고 하면서 떠들썩했던 신문 아닙니까" 하면서 언성을 높였다.

절친한 그 친구는 이런 신문에서 옴부즈맨은 왜 하느냐고 하면서 필자까지 비판했다.

나는 물어 본다. 중앙일보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중앙일보는 섹션 신문, 경제 신문, 읽을거리가 많은 신문 등으로 그만인가.

나는 중앙일보가 이 정도의 이미지를 넘어, 판매부수 경쟁을 넘어, 신문 제작의 정확성.치밀성.일관성.통합성을 더욱 제고하고, 모든 면에서 깊이와 무게를 더하는 신문이 되기를 바란다.

외부의 비판을 경청하는 열린 신문, 자기 개혁과 사회 개혁의 선도자가 되는 깨어 있는 신문이 되기를 희망한다.

총선 관련 기사는 전반적으로 잘 편성됐다.

선거운동기간 전에는 총선시민연대 기사가 미미했던 데 반해 지면을 많이 할애했고, 특별히 노무현 의원에 대해 한 면 전체를 할애한 것이 눈에 띄었다.

민주노동당 울산 북구 후보의 낙선을 정확히 보도한 것도 돋보인다. 좌담을 2회 편성한 것도 좋았다.

그러나 4월 14일자 사설 '정치 불신만 더 키운 총선' 은 총선 관련 보도의 높은 점수를 깎는 역할을 했다.

선거 직후 나온 총선 평으로는 너무 일면적이고, 보도 기사와의 정합성.통합성도 결여돼 있다.

'검은 월요일' 주식 시장 붕괴 기사나, 5회에 걸친 '다시 경제다' 제하의 기사도 경제에 강한 중앙일보의 강점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미국과 한국 증시의 금융 거품 및 그 붕괴 위험에 대해 독자들이 경각심을 가지도록 하는 기사가 사전에 얼마나 있었는지는 점검이 필요하다.

1929년 대공황 발발 전 미국 뉴욕타임스는 1년 전부터 줄곧 대공황의 위험에 대해 경고했고, 그런데도 공황이 일어나지 않자 독자들의 항의에 시달렸다고 한다. 그러나 대공황이 발발함으로써 부동의 신뢰와 명성을 얻게 되었다.

물론 오늘의 상황과 대공황의 상황은 다르다. 그러나 현금의 '카지노 자본주의' 에 내재된 거품과 불안정성의 문제는 심각하며, 누구도 그 장래를 안이하게 낙관할 수는 없다.

또한 중앙일보는 경제 위기와 회복과정에서 불평등이 심화하고 있는 양상에 대해서는 별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이와 대조적으로 재벌 개혁에 대해선 그 필요성을 소극적으로 인정하면서 시장에 맡기는 것이 순리라는 식의 논지를 편다. 위의 여러 측면에서 경제 기사의 질도 개선이 요청된다.

<강원대 교수.경제무역학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