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랑천, 90년대 들어 수질 크게 개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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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이렇게 많은 물고기가 살고 있었다니…. "

서울 시민들은 지난 21일 일어난 중랑천 물고기의 떼죽음을 안타까워하면서도 한편으론 공해에 찌든 서울의 하천에 팔뚝만한 물고기들이 대거 서식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워하고 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오염과 악취의 대명사로 통했던 중랑천 물속에 붕어.잉어.메기 등이 득실거리고 있음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23일 중랑천 이화교 아래에서 낚시하던 김영민(金寧民.38.상업)씨는 "1996년부터 수질이 좋아지는 걸 느꼈다" 며 "특히 올해부터 다양한 종류의 물고기들이 많이 잡히고 있다" 고 소개했다.

그는 또 " 아직도 비늘에 피부병이 있는 물고기들을 종종 볼 수 있지만 예전처럼 등굽은 물고기 등 기형어는 거의 잡히지 않고 있다" 고 말했다.

중랑천은 한강종합개발사업의 일환으로 대대적인 준설작업과 제방건설이 시작된 80년대 중반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이 오물 수준인 1백~80ppm에 이를 정도로 극심하게 오염되기 시작했다.

중랑천변을 지날 때면 시민들은 코를 막고 눈살을 찌푸려야 했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의정부 하수처리장이 설치되고 중랑천 상류지역의 공장들이 사라지기 시작하면서 수질은 급격히 개선됐다.

서울시 환경관리실에 따르면 중랑천의 BOD는 90년 36.9ppm, 94년19.7ppm에서 지난해 웬만한 물고기가 살 수 있는 10ppm 이하로 떨어졌다.

국립환경연구원 수질화학과 李인선(51)과장은 "지렁이도 살 수 없었던 중랑천의 수질이 팔당 상수원 수준에 근접해가고 있다" 고 말했다.

녹색연합 김타균 정책부장은 "애써 깨끗해진 환경도 한순간의 사고로 망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중랑천의 환경보존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고 지적했다.

우상균.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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