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박태균 기자의 약선] 실크 단백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8면

'입는 실크에서 먹는 실크로'. 비단장수 '왕서방'이 들으면 깜짝 놀랄 일이다. 그러나 일본에선 식품으로 먹는 것을 넘어 약으로 복용하기도 한다. 실크의 단백질이 당뇨병과 암을 예방.치료하고, 숙취를 없앤다는 이유에서다.

실크 단백질은 지난 10일 서울 건국대에서 열린 심포지엄(한국식품영양과학회 주최)의 주인공이었다. 이 자리에서 실크 단백질은 건강식품.기능성 화장품의 유용한 원료로 소개됐다. 이를 뒷받침하는 국내외 연구 결과가 이어졌다.

아직 우리에게 생소한 실크 단백질은 누에고치에서 얻어진다. 종류는 세리신.피브로인 등 두가지뿐이다. 구성은 글리신.알라닌.세린.티로신 등 18가지 아미노산으로 이뤄진다. 우리 몸의 피와 살이 되는 아미노산만을 모아놓았기 때문에 많이 먹어도 이렇다할 부작용이 없다는 것이 장점이다.

실크 단백질의 '신통력' 가운데 가장 큰 기대를 모으는 것은 당뇨병 치료 효과다. 이와 한 통속인 누에 가루.뽕나무 잎의 혈당 강하 효과가 이미 널리 인정됐기 때문이다. 당뇨병에 걸린 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선 실크 단백질을 먹은 쥐의 혈당이 크게 떨어지고(쥐의 공복시 혈당이 350에서 150으로 급감), 췌장의 베타세포(인슐린 분비)가 재생되는 것이 확인됐다(한림대 의대 오양석 교수). 자신도 당뇨병 환자라는 오 교수는 조미료 맛이 나는 실크 단백질을 하루 10g씩 섭취하고 있다. 이보다 더 많이 먹어도 위험한 저혈당에 이른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실크 단백질이 1형(소아형)과 2형(성인형) 당뇨병 가운데 어느 쪽에 더 효과적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또 얼마만큼 먹어야 적당한지도 알지 못한다.

실크 단백질은 술꾼의 간도 보호한다. 쥐가 사람의 '소주 30병'에 해당하는 술을 마시면 2주 안에 모두 죽는데, 실크 단백질을 안주 삼아 마신 쥐의 간은 멀쩡했다. 이 실험을 수행한 오 교수는 음주 전후에 실크 단백질을 술 깨는 약 대신 먹는다.

실크 단백질은 암 예방물질로도 유망하다. 한동대 생명식품과학부 현창기 교수는 실크 단백질이 DNA(유전자)의 손상을 줄여준다는 사실을 세포 차원에서 확인했다. 그러나 암 예방 효과를 확실히 인정받으려면 동물실험 등 후속 연구가 이어져야 하며, 한때 거론됐던 실크 단백질의 비만 치료 효과는 '근거 없다'는 것이 현 교수의 견해다.

오랫동안 '섬유의 여왕'으로 군림해온 실크를 건강식품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는 나라는 일본이다. 일본에선 10여년 전부터 빵.국수 등에 첨가해 왔다.

'먹는 실크'는 국내에서 주로 인터넷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

식품의약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