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기 왕위전] 윤현석-서봉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묵직하던 尹5단 16 '급소의 일격'

제1보 (1~20)〓1991년 17세로 프로가 된 윤현석5단은 프로생활 불과 3년째인 93년 박카스배 결승까지 진출했다.

윤현석이 누구냐고 모두 물을 정도로 느닷없는 신인출현이었다. 마산 출신의 이 청년은 진중하고 말수가 없다.

그러나 승부기질은 강인하고 수는 묵직하다.

수많은 본선에서 활약했지만 왕위전과는 인연이 없었던지 올해 처음 본선에 올라왔다.

서봉수9단. 설명이 필요없는 기사다.

신기한 것은 지는 해인 것만은 분명한데 그 석양이 참 길다. 사라진 듯 하면 다시 나오기를 벌써 몇번째 반복하고 있다.

올해는 성적이 좋다.

조훈현9단과 이창호9단이 여성강자 루이나이웨이(芮乃偉)9단에게 혼이 났으나 徐9단만은 루이를 이기고 "흐흐흐" 웃었다.

徐9단이 흑을 잡았다. 첫 수를 두는데 긴장감이 감돈다.

본선리그 첫판은 하얀 화선지에 첫획을 긋는 것과 같다. 이기면 멋진 그림이고 지면 흙발로 밟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인지 이 판은 徐9단이 훨씬 더 장고를 했다.

빈 귀를 놔둔 채 백4로 걸친 것은 사뭇 도전적이다. 이 수에 대한 徐9단의 응수(5~9)가 재미있다. 빠르고 실리적인데 이런 치고 빠지는 수법도 徐9단의 장기 중의 하나다.

11과 13도 엷지만 빠르다는 점에서 비슷한 맥락이다.

尹5단의 16은 급소의 일격. 느릿하고 묵직하게 두다가 돌연 안쪽을 파고들었다.

'참고도' 흑1로 물러서는 것은 백8까지 크게 당한다.

17은 당연한 버팀수인데 이번엔 18, 20이 있어 응수가 어려워졌다.

박치문 전문위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