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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떡 카페는 ‘쌀 먹는 효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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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동해 북평동에 위치한 떡 카페 섬시루를 찾은 고객들이 떡을 먹고 있다. 1년 전 농촌마을에 개업했지만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다. [이찬호 기자]

동해시 이원동 국도 7호선에서 무릉계곡 방면으로 1.5㎞ 남짓 떨어진 곳에 위치한 북평동 섬안마을. 도심과 멀지 않은 곳이지만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이 마을 안쪽에 흰색 조립식 패널로 지은 떡 카페 섬시루가 있다.

3일 낮 섬시루에는 손님이 북적댔다. 테이블 4개에 2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카페에는 떡을 사거나 연밥을 먹은 고객 등 20여명이 다녀갔다. 최희경(38·동해시 효가동)씨는 “이 집 떡은 덜 단데다 고물을 천연재료로 직접 만들어 자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며 “아이들도 좋아해 제과점보다 이 집을 자주 찾고 있다”고 말했다.

맛 있는 떡집이 쌀 소비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섬시루는 하루 평균 반 가마(40㎏)정도의 쌀을 사용, 연간 맵쌀 8.4t, 찹쌀 5.6t 등 12t의 쌀을 소비하고 있다.

섬시루가 문을 연 것은 지난해 11월8일. 대표 최수남(55)씨는 이전까지 남편 박상범(56)씨와 함께 시설농업과 토마토 등 4만9500㎡ 규모의 농사를 지었다.

최씨는 2007년 강원도농업기술원에서 실시한 떡 교육과정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떡 카페를 창업했다. 농업기술원은 쌀 소비를 늘릴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밥 먹기를 강조하기 보다 일상생활 속에서 떡을 만날 수 있도록 하자며 2005년 떡 교육과정을 개설했다. 초급반과 중급·전문가 과정을 운영하고, 전통차도 곁들였다. 도비 5000만원 등 1억원의 창업 자금도 지원했다. 최씨는 이 과정을 이수하고 떡 카페 개업을 결심했다. 마침 농업대학에서 원예를 전공한 아들 박재하(30)씨가 최씨의 뜻에 찬동, 지난해 2월부터 한국전통음식연구소의 6개월 과정 창업반(1기)에서 떡을 배웠다. 최씨는 150㎡의 건물을 지어 43㎡는 카페로 꾸미고 나머지는 공장으로 사용했다.

섬시루에서 만드는 떡은 전통의 쑥개떡부터 고급 매장에서 볼 수 있는 보쌈떡과 고깔떡 등 60여 가지. 어린이 간식은 물론 행사떡과 선물세트 등 다양하다. 부업 형태로 운영하려던 최씨는 주문량이 늘자 올해 농사를 포기한 채 온 식구가 떡 만들기에 매달렸다. 섬시루 이외에 농업기술원의 같은 교육을 받은 안귀숙씨가 창업한 철원의 떡 카페 다시루는 매달 1회 군부대 간식으로 떡을 납품하고 있다. 이전에는 빵이 공급되는 곳이었다. 고성의 진혜련 설악떡은 떡 카페와 함께 울산바위휴게소 분점에서 떡메치기 등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해 쌀 소비를 늘리고 있으며, 화천 장수떡방은 10개 학교 급식에 떡을 공급하고 있다. 이밖에 4월 영농조합법인을 구성한 양양군 서면 송천리 떡마을은 전자상거래와 택배, 마을매장 등을 통한 떡 판매로 연간 43t의 쌀을 소비하고 있다.

권경희 강원도농업기술원 생활지원과장은 “떡 카페는 쌀 소비 효과가 높다”며 “이 분야 창업을 우선 지원해 시·군마다 1개소의 떡 카페를 개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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