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웨더 vs 파퀴아오, 복싱 세기의 대결 개·봉·박·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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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판 승부가 임박했다.

야후 스포츠는 2일(한국시간) 매니 파퀴아오(31)와 플로이드 메이웨더(32)가 내년 3월 14일 대결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야후는 익명의 복싱 관계자의 말을 인용, 메이웨더 측이 파퀴아오가 있는 필리핀 마닐라를 찾아 대결에 합의했다고 썼다. 메이웨더 측은 5월 대결을 주장했으나 파퀴아오가 5월 10일 필리핀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함에 따라 3월로 결정됐다.

필리핀의 국민 영웅 파퀴아오는 빈민가 출신이다. 14세 때까지 길거리에서 빵을 팔던 소년은 16세 때 복싱을 시작해 성공 스토리를 썼다. 주니어플라이급(48.99㎏)에서 선수생활을 시작해 플라이급, 수퍼밴텀급, 수퍼페더급, 라이트급, 라이트 웰터급 벨트를 차례로 허리에 감았다. 지난 10월에는 마누엘 후안 코토와의 세계복싱기구(WBO) 웰터급(66.68㎏) 타이틀전에서 승리해 동양인 최초 6체급 챔피언이 됐다.

반면 메이웨더는 파퀴아오와 달리 복싱 엘리트다. 아버지 플로이드 메이웨더 시니어와 삼촌 로저와 제프 모두 세계적인 프로복서 출신이다.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목에 건 뒤 1998년 프로로 전향했다. 메이웨더는 웰터급까지 5체급을 석권하며 무패 행진을 이어가 최고의 복서로 군림했다. 2007년 6월 은퇴를 선언한 메이웨더는 올 초 복귀를 선언했다. 지난 9월 마누엘 마르케스를 꺾고 건재를 과시했다.

스타일도 상이하다. 파퀴아오는 공격적인 성향을 가진 선수다. 1m69㎝의 작은 키에 팔 길이도 1m70㎝로 짧은 신체적 불리함을 폭발적인 스피드의 펀치와 풋워크로 극복했다. 왼손잡이인 그는 라이트 더블 잽과 강력한 레프트 스트레이트를 날려대며 찬스가 생기면 저돌적으로 달려드는 공격성을 지녔다. 반면 메이웨더는 아웃복싱을 구사한다. 빠른 몸놀림으로 상대 주먹을 맞지 않으며 적중률 높은 잽을 던진다. 상대가 덤벼들면 1m83㎝의 긴 리치를 살린 번개 같은 펀치를 날려 상대를 굴복시킨다.


두 선수의 대결은 파운드포파운드(체중이 같다는 전제하에 매긴 랭킹) 1, 2위의 대결이라는 점에서도 주목을 받는다. 메이웨더는 은퇴 전까지 잡지 ‘링’을 비롯한 각종 매체에서 이 랭킹 1위로 꼽혔다. 파퀴아오는 메이웨더가 떠난 뒤 그 자리를 차지했다. 세계 복싱 역사상 최고의 빅매치였던 무하마드 알리와 조 프레이저의 세 번에 걸친 대결, 슈거레이 레너드·토머스 헌즈·로베르토 두란·마빈 헤글러가 펼친 라이벌전만큼이나 역사에 남을 경기인 셈이다.

경기장소 역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기존의 라스베이거스 호텔 특설링이 아니라 북미프로축구리그(NFL) 댈러스 카우보이스의 홈구장인 카우보이 스타디움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프로모터들은 이미 실사를 마친 상태라고 한다. 이 경기장은 10만 명 이상의 관중이 들어갈 수 있어 어마어마한 돈을 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페이퍼뷰(유료 TV시청 결제) 역시 역대 최고인 호야와 메이웨더의 대결(240만)을 넘을 것이 확실하다. 

김효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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