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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외국인 투자 열풍 다시 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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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양편에 고층빌딩이 즐비한 두바이의 셰이크자이드 로드. 그 길을 따라 거대한 금색 조개껍데기 모양의 화려한 건축물이 군데군데 들어서 있다. 올 9월 개통된 중동 최초의 전철, ‘두바이 메트로’ 역이다.

1일 에미리트몰역의 자동티켓발권기 2대엔 표를 사려는 관광객들이 줄지어 있었다. 완전 무인으로 운행되는 이 최신식 전철은 두바이의 좋은 구경거리다. 현지 언론의 표현을 빌리자면 ‘메트로는 두바이의 미래’이기도 하다.

하지만 전철을 타보니 하나둘 의문이 생긴다. 전철역에서 버스 정류장까지는 수백m 거리다. 섭씨 50도가 넘는 한여름엔 승객들이 어떻게 걸어갈까. 전체 역 중 절반 이상은 미개통이어서 그냥 지나친다. 굳이 서둘러 올 9월 9일에 개통할 필요가 있었을까.

인구 150만 명의 도시에 전철이 필요한지도 논란거리다. 이미 금융위기가 닥친 후였지만 두바이는 ‘090909프로젝트(2009년 9월 9일 개통)’라는 멋진 타이틀을 포기하지 못했다. 메트로를 시공한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은 공사대금 중 수십억 달러를 아직 받지 못했다.

물론 한땐 두바이엔 장밋빛 전망이 가득했다. 2005년 한 한국 기업 주재원은 두바이 최대 부동산 개발회사 이마르의 임원에게 “왜 이렇게 많은 건물을 짓느냐”고 물어봤다. 돌아온 대답은 “2009년 말까지 150만 명이 더 들어온다. 지금 짓고 있는 것도 부족하다”였다. 4년이 지난 2009년 말 미완성된 역을 휙휙 지나치는 전철이 빗나간 예측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동안 투자자들 역시 두바이의 장밋빛 꿈에 열광하며 동참해왔다. 양도소득세나 보유세가 없는 두바이에서 부동산은 매력적인 투자 수단이었다. 하지만 금융위기와 이번 두바이월드 사태로 투자자들은 그 화려한 청사진의 실체에 눈을 뜨게 됐다.

건국기념일인 2일 두바이의 해변가 도로엔 두바이 통치자 셰이크 모하메드의 사진으로 꾸민 자동차 행렬이 끝없이 이어졌다. 젊은이들은 경적을 울리고 국기를 휘두르며 축제 분위기를 연출했다. 두바이 국민의 통치자에 대한 신뢰와 나라에 대한 자부심엔 흔들림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길 바로 옆 고급 주택가엔 세 집 중 두 집꼴로 ‘임대 중’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두바이는 아부다비의 도움으로 당장의 두바이월드의 파산을 막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두바이 국민과 달리 식어버린 외국인 투자자들의 열광을 다시 이끌어낼지는 두바이 메트로의 미래만큼이나 물음표로 남아 있다.

두바이=한애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