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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캠퍼스 쑥쑥 큰다…학위도 인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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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주부 김금희(37.경기도 남양주시 오남면)씨는 요즘 사이버 대학에 다닌다. 민간기업인 네트로폴리스가 운영하는 사이버 인문대학 '네튜니' 에서 임헌영 교수의 '문학에 이르는 길' 을 수강하고 있다.

아이들 키우기에 바빠 복지관이나 평생교육원의 강의 하나 듣지 못하다가 드디어 대학 공부를 못한 아쉬움을 사이버 대학에서 풀었다.

"원하는 시간에 집에서 공부할 수 있어 입학했지요. 아이가 셋이니 어디 나가는 것은 꿈도 못꿔요. 앞으로 문학의 식견을 높여 문학토론장의 논쟁에 참여하고 싶습니다" 라고 김씨는 말한다.

서강대 컴퓨터학과 노두호(23)씨는 '휴먼 컴퓨터의 상호작용' 과목을 학교 자체 사이버 대학에서 듣는다.

이번 학기에 신청한 21학점 중 교양과목 3학점을 사이버 공간에서 해결하는 것. 강의실 수업에 비해 좀 낯설지만 시간.장소의 구애를 받지 않는데다 관련 자료들을 화면에 함께 띄워가며 볼 수 있어 좋다.

"1주일에 한번하는 채팅 시간을 이용해 궁금한 점을 교수에게 질문하지요. 저는 주로 학교 전산소에서 강의를 듣고 있어요. 그러나 게임방에서 수업을 듣는 학생들도 많아요. "

'교실 없는 대학' , 인터넷으로 강의가 이뤄지는 사이버 대학이 속속 설립되면서 새로운 교육환경이 펼쳐지고 있다.

1997년 교육부가 가상대학 프로그램 시범운영대학을 선정하겠다고 발표한 뒤 지금까지 일정 규모를 갖춘 17곳 안팎의 사이버 대학이 설립돼 운영 중이다. 교육부는 최근 마련한 평생교육법 시행령에서 일정 자격 요건을 갖춘 사이버 대학에서 학위까지 줄 수 있도록 했다.

이에따라 사이버 대학이 다양화하고 성장세도 두드러진다.

지난 2월 설립된 네튜니(netuni.net)는 대학이 운영하지 않은 대표적인 사이버 대학. 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를 비롯 김동춘(성공회대).마광수(연세대).이정우(전 서강대)교수 등이 강사진으로 참여하고 문학.철학.역사 등 인문학 분야 23개 강좌를 개설해 놓고 있다.

한 강의당 수강료는 3개월 기준 5만원이며 교사.직장인.주부 등 9백 여명이 현재 강의를 듣고있다.

98년 가상교육센터를 설립 운영 중인 숙명여대의 숙명사이버캠퍼스(http://snow.sookm yung.ac.kr)는 일반인이 주로 수강하는 전문교육과정에 모두 8백16명이 등록했다. 지난해 5백58명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숫자. 재학생을 위한 학부과정도 지난해 2백79명에서 현재 6백45명으로 늘어났다.

숙대의 경우 '약료전문가과정' '음악치료과정' 등 특징 있는 사이버 강의로 인기를 끌고 있다. 곧 학사학위 과정도 개설할 계획이다.

이밖에 98년 성균관대.고려대 등 11개 대학이 공동으로 설립.운영하는 열린 사이버대학(http://ocu.ac.kr)은 다른 학교 강의를 마음껏 듣고 학점을 인정받을 수 있어 학생들에게 인기다. 같은 해 시작한 서강대 사이버 대학(http://multinet.sogang.ac.kr)은 내실있는 수업진행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운영 중인 사이버 대학 중 일반인을 주된 대상으로 하는 사이트는 네튜니와 숙명사이버캠퍼스.열린사이버 대학 등이 대표적. 나머지는 대학 내에서 학생들에게 학점을 인정해주는 것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다양한 장점을 갖춘 '교실 없는 대학' 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전망. 그러나 강의실 강의보다 수업 집중력이 떨어지는 데다 일부 대학의 경우 컴퓨터 환경의 미비로 시스템 결함이 발생하는 경우도 없지않아 이의 개선이 필요하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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