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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大 양당구도' 헌정 첫 실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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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6대 국회는 헌정사상 가장 강력하고 자율적인 헌법기관의 면모를 갖출 듯하다. 4.13총선이 '양당체제+여소야대' 상황을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여소야대 상황(6공 초기)이 있었지만 3金씨가 이끄는 세개의 야당이 합종연횡하면서 이뤄낸 4당체제 아래서의 불안정한 야대(野大)였다.

그런 상황은 당시 노태우(盧泰愚)대통령과 김영삼(金泳三).김종필(金鍾泌)총재의 3당 합당으로 거여(巨與) 민자당이 탄생하면서 바뀌었다. 지금은 명실상부한 1여1야 체제의 야대다.

16대 국회의원들이 1인보스의 '공천(公薦)공포' 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는 것도 국회를 독립적으로 만드는 중요한 조건이다.

고려대 함성득(대통령학) 교수는 "여당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의 임기(2004년 5월)가 김대중 대통령의 임기(2003년 2월)보다 길다는 점을 잘 알고 있을 것" 이라며 "金대통령이 더 이상 공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게 된 객관적 상황을 주목해야 한다" 고 분석했다.

총선에서 나타난 시민세력의 힘과 후보 사전검증장치는 야당 총재의 공천 권한도 제약할 것이라고 咸교수는 지적했다. 민주.한나라당 의원들이 독자적 활동공간을 확보했다는 얘기다.

과반수에서 4석 적지만 민주당(1백15석)보다 18석 많은 한나라당(1백33석)의 위력은 야당 사상 가장 셀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 견해다.

金대통령이 남북관계의 획기적 전환을 모색하는 법안이나 예산지원은 힘센 야당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회의원의 자율성이 확대되고 국회를 주도하는 야당의 힘이 강한 달라진 정치환경에서 전문가들은 '대통령 권력' 과 '국회 권력' 간의 새로운 역할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서울대 박찬욱(정치학) 교수는 "국회를 상대로 한 대통령의 설득.타협.조정능력이 극대화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朴교수는 "법안.예산통과의 상당 권한을 쥐고 있는 야당 총재가 국정운영에 절반의 책임이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고 말했다.

朴.咸교수는 미국의 사례를 참고할 것을 권한다. 1980년대 레이건 대통령(공화.세금감면)이나 현재의 클린턴 대통령(민주.사회복지)은 야당의 의회 지도자들, 심지어 평의원들에게 전화를 걸거나 백악관에 초청해 직접 주요 정책을 설명하며 협조를 구했다.

95년 클린턴 대통령의 정적(政敵)으로 공화당을 이끌던 뉴트 깅그리치가 거야(巨野)의 힘을 믿고 정부예산안을 발목잡아 연방정부 폐쇄사태를 낳았다. 깅그리치는 이 사건을 계기로 국민의 외면을 받아 '사라진 존재' 가 됐다.

이들은 또 대통령과 국회의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청와대 정무기능의 역할을 확대.강화할 것을 제안했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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