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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영남 싹슬이…65곳중 62곳 선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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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영남에서 한나라당 싹쓸이 현상이 나타났다. 13~15대 총선때 김대중(金大中.DJ)대통령이 이끌던 정당들이 호남을 완전 장악하다시피한 것과 비슷하다.

한나라당 후보들은 영남 65개 지역중 62곳(95%)에서 앞섰다. 민주당은 영남에서 전멸했다. 특정정당이 영남을 이처럼 '철저히 '석권한 것은 그 유례가 없다.

중선거구제(1지역구2명선출)에서 소선거구제로 전환한 1988년 13대 총선의 경우 TK(대구.경북)세력이 중심이 된 민정당은 여당 프리미엄을 안고서도 영남 66석중 38석(58%)을 얻는데 그쳤다. 당시 김영삼(金泳三)전 대통령이 이끌던 통일민주당은 부산.경남에서 우세를 보여 영남에서 25석(38%)을 획득했다.

14대 총선에선 3당합당으로 뭉친 거대여당 민자당도 영남 71석중 75%인 53석밖에 장악하지 못했다. 정주영대표의 국민당 활약탓이다. 민자당 후신인 신한국당은 15대 총선때 영남 76석중 51석(67%)을 얻었다. 그때는 자민련과 무소속이 여러군데에서 당선됐다.

호남의 경우 2~3명의 무소속 후보가 선전했다. 그러나 DJ에 대한 열렬한 지지는 이번에도 변함이 없었다. 한나라당의 호남 득표율이 극히 낮은 것도 그 방증이다.

영호남의 16대 총선 결과는 金대통령이 집권이후 꾸준히 펼쳐온 대(對)영남 '동진(東進)정책' 에도 불구하고 영남의 '반(反)DJ정서' 는 오히려 악화돼 있음을 의미한다. 호남의 무소속 당선자들이 친(親)DJ임을 감안하면 호남 역시 반DJ.비(非)DJ를 허용하지 않는 분위기에는 변함이 없다는 지적이다.

이화여대 김석준(金錫俊.정치학)교수는 "총선결과는 영호남 지역감정이 치유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것" 이라며 "지역감정 악화는 향후 국가.정치발전에 엄청난 장애요인이 될 것" 이라고 우려했다.

"여야가 선거운동기간중 지역감정을 맹렬히 부추긴데 큰 책임이 있다" 고 지적한 그는 "민주당은 국정운영에 보탬이 되는 다수 의석을 획득했으므로 인사탕평책 등 호남이외의 지역에 대한 포용정책을 전개해야 할 것" 이라고 충고했다.

또 한나라당에 대해서는 "영남 싹쓸이가 오히려 큰 부담이 될 수 있음을 인식, 앞으로 영남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모습에서 탈피해야 한다" 고 제안했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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