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송 구하라"…산림청 직원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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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우리에겐 원전보다 금강송이 더 중요합니다. "

강원도와 경북을 가르는 가곡천을 뛰어넘은 불길이 울진 원전을 위협하던 지난 12일 오후 가슴을 졸이며 긴급 대책회의를 가진 산림청 직원들이 있었다.

울진군 북면 부곡리.검성리를 강타한 산불이 강풍을 타고 이곳에서 40㎞ 떨어진 국내 유일의 금강송 천연림 보호지역을 덮칠 기세로 번져나갔기 때문이었다.

울진군 서면 소광리 일대 1천6백㏊의 보호지역은 '조선시대 숙종때 왕실이 허락없이 벌목을 할 수 없는 '황장봉산' 으로 지정한 곳. 일반 소나무보다 줄기가 붉고 결이 단단해 조선시대 궁궐.사찰 축조에만 사용된 '희귀종인 금강송(일명 춘양목) 25만여그루가 보존돼 있다.

대부분의 수림이 4백년 이상 유지돼온 곳이다. 이 지역 금강송의 최고수령은 5백20년, 평균 수령만도 2백년 가량이다.

산림청은 이 지역으로 산불이 향할 경우 2~3일이면 불길이 미칠 것으로 분석, 다음날 부곡리에서 맞불을 놓아 남서쪽 불길을 막기로 했다.

맞불이 다른 지역으로 번질 경우 수백㏊의 추가피해가 날 가능성이 있지만 이 보호지역만큼은 지키겠다는 고육지책이었다. 그러나 다행히 맞불을 놓지 않고도 13일 울진군 일대의 산불은 대부분 진화됐고 금강송에 대한 위협도 사라졌다.

전진표(全珍杓)산림청 남부관리청장은 이날 저녁 울진군 비상대책회의에서 "금강송은 원전 못지않은 국가적 자산" 이라며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불길을 막을 생각이었다" 고 말했다.

울진〓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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