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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비 덜 내는 아파트가 값 더 나간다

중앙선데이

입력

한국은 새 집 짓는 기술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렇지만 지은 집을 관리하는 기술은 아직 부족하다. 관리의 요체는 예산(관리비)의 씀씀이다. 관리소장이나 관리업체가 관리비를 펑펑 쓰거나 유용한 사례가 적잖게 적발되기도 했다. 주민들의 참여나 감시 활동이 미흡한 틈을 노린것이다. 그러나 요즘 관리비에 관심을 기울이는 입주민이 부쩍 늘었다.
국토해양부가 주택법을 개정해 9월분 관리비부터 공개를 의무화하면서부터다.
물론 아파트 관리비의 차이는 평면적으로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고한다.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관리소장을 비롯한 관리사무소 인원 수나경비원 수, 청소원 수 등 인건비 요인이 단지마다 다르다. 부대복지시설이나 편의시설 등에 따라 비용 차이가 크다. 관리비가 싼 곳은 대부분단지 규모에 비해 관리 인원이 적은곳이다. 무인경비 시스템 등의 시설투자 금액이 많은 곳은 인건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았다. 결국 관리비절감의 관건은 비중이 가장 큰 인건비를 줄이는 것이다. 단순 비교가 곤란하긴 하지만 관리비 공개는 앞으로 아파트 단지 간, 건설업체 간 비용절감 경쟁을 촉발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관계자는 “아파트 관리비의 인터넷 공개를 통해 관리비를 둘러싼 입주민의 분쟁도 줄어들고 다른아파트 단지와 관리비를 직접 비교할 수 있어서 불필요한 관리비 상승억제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파트 ‘관리비’도 관리 시대

자체 관리 방식이 관리비 더 들어
부산 동의대 강혜경 교수 등의 연구에 따르면 관리방식은 위탁관리나사업주체로 이뤄지는 관리방식보다 자치관리일 때 아파트 공동비용이더 많았다. 이는 전문적인 주택관리업자에게 관리를 위탁하는 것이 더효율적이고 공동비용 부담이 감소한다는 것을 뜻한다. 난방 방식은 중앙집중식 난방형이 개별공급식 난방형보다 아파트의 공동비용이 더많아졌다. 이는 중앙집중식 난방은 설비규모가 크고 복잡해서 시설의 수선유지비에 포함되는 비용이 개별난방 방식보다 많기 때문이다.
건축 연도와 가구 수가 아파트 관리비에 미치는 영향은 논란이 있다.
건축 연도가 오래될수록, 가구 수가 적을수록 관리비가 많다는 주장과 그렇지 않거나 상관성이 없다는 주장이 반반이다. 그러나 최근 관리비를 줄이는 아파트 건설 붐이 한창이어서 앞으로는 규모가 크고 지은 지얼마 안 되는 단지가 관리비가 덜 든다는 말이 나올 듯하다.
건설사들도 본격 관리비 절감에나서고 있다. 신재생에너지(그린 에너지)를 활용하거나 포인트 마일리지 결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아파트 관리비를 절감할 수 있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개발 중이다.
두산건설이 경기도 일산서구 탄현동에서 다음 달 초 분양하는 주상복합 아파트 ‘일산 두산위브 더제니스’는 아파트 입주민들이 인근 상가이용 실적에 따라 매달 관리비의 일정액을 자동 차감해주는 ‘아파트 관리비 제로 프로젝트’ 서비스를 도입하기로 했다. 시스템 개발회사인 ㈜제로빌과 제휴해 제공하는 이 서비스는 아파트 입주민들이 서비스 제휴를 맺은 가맹점을 이용하면 결제 금액의 1~10%를 포인트로 쌓아 아파트 관리비로 써먹을 수 있게 해준다. 별도의 회원 가입 없이 휴대전화 번호 또는 자신의 카드를 홈페이지(www.bzero.kr)에 등록하면 결제때 자동으로 포인트가 적립된다. 적립 포인트는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 서비스(SMS)로 알려주고 포인트로 차감된 금액은 아파트 관리비 고지서에 찍힌다. 기존 아파트 단지의 시설 개선 없이도 관리비를 줄일 수 있다는 게 매력이다. ㈜제로빌 관계자는 “자장면 한 그릇을 주문해도 포인트를 쌓아 아파트 관리비를 아낄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 아파트 단지 중에는 난방 방식을 바꾸거나 무인 현관 시스템을 도입해 관리비를 크게 줄인 곳이 적지 않다.
 
설계 단계부터 ‘적은 관리비’ 고려
요즘 건설업계의 화두는 처음부터 관리비를 줄일 수 있게 설계하자는것이다. 대우건설이 지은 목포옥암 푸르지오(550가구)는 국내 최초로 태양광발전 시스템이 설치된 민간아파트 단지다. 아파트 전체 전력 사용량의 약 5%에 달하는 양이다. 이전기는 단지 안의 복도나 주차장•승강기 등의 공용 전력으로 사용된다.
2008년 기준으로 연간 1000만원 상당의 전력을 생산해 가구당 한 달에 1만8000원, 1년에 20만원 정도의 전기요금 절감 혜택을 줬다. 아파트의 일반관리비(10월)는 옥암동 일대 20개 단지 가운데 둘째로 적은 ㎡당 175원에 불과했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관리비가 적다는 점을 부각시켜 계약이 쉽게 성사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고 말했다.대우건설은 보통 아파트와 비교해 에너지를 30% 절감할 수 있는 인천 청라 푸르지오를 짓고 있다. 이회사는 에너지 절감률을 2011년에 50%, 2014년에 70%로 높인 뒤 2020년에는 에너지 제로 하우스를 건설할 계획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최근 68가지 친환경 기술을 모아 화석에너지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에너지 제로 시범 건축물 ‘그린투모로우’를 공개했다. 현재 그린투모로우에 적용된 친환경 기술의 일부는 이미 공급된 래미안아파트에도 적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내년 5월 입주 예정인 래미안 동천으로 태양광발전을 비롯해 지열 시스템, 광(光)덕트 및 반사거울 등이 적용됐다. 래미안 동천의 지열 시스템은 커뮤니티 건강시설의 냉•난방용 에너지 100%를 충당한다.
삼성물산은 당장 2010년에 냉•난방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저층부(1~3층)와 최상층을 대상으로 냉•난방 에너지를 80%까지 절감한 아파트를 시범 공급해 나갈 예정이다.

곳에 따라 다른 아파트 관리비 인터넷으로 한눈에 비교
일정 요건을 갖춘 아파트 단지는 관리비를 인터넷에 공개해야 한다. 300가구 이상 공동주택, 150가구 이상으로 승강기가 설치돼 있거나 중앙집중식 난방인 공동주택이 대상이다. 공개하는 곳은 국토해양부에서 지정하는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 홈페이지(www.khmais.net)다. 대상은 일반관리비•청소비•소독비•경비비•승강기 유지비•수선유지비 등6개 항목이다. 전기•가스 등의 비용은 자율 공개 사항이다. 공개하고 싶은 단지만 공개하는 것이다. 아파트관리비는 각 항목 총액을 관리면적으로 나눠 표시(원/㎡)했다. 관리비내역을 인터넷에 공개하지 않으면1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27일 현재 관리비 공개 단지는 1만1842개다. 이 시스템은 기능이 아직 초보적인 단계이긴 하지만 관리비의 투명화와 상호 절감 경쟁을 유도할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으로 평가되고 있다. 관리비는 이명박 대통령도 늘 관심을 표시해왔다. 생활물가 지표인 MB물가에 포함된 데다 이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관리비 절감을 주문했다. 올 7월엔 “에너지 절약등 친환경 주택을 건설해 서민들이 입주해 생활하는 데도 돈이 덜 들어가도록 해야 한다”며 대책 마련을 지시하기도 했다.
관리비 공개는 입주자 사이에 폭발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9월 서울지역 아파트 관리비의 경우 단지 별로 최대 7배나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 관리비가 가장 비싼 곳은 광진구 자양동 A아파트로 ㎡당 1959원에 달했다. 공급면적 105㎡는 한 달에 관리비만 21만여원을 낸다. 반대로 가장 저렴한 곳은 은평구 진관동 B단지로 ㎡당285원이었다. 공급면적 107㎡의 관리비가 3만여원에 불과한 것이다.
지역별로는 아파트 값이 비싼 서울강남•서초구 등의 관리비가 서울 평균을 웃돌았다. 인건비 등의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이유는 더 연구가 필요하다.
누구나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에 접속하면 시•군•구나 읍•면•동별로 관리비를 비교해볼 수 있다. 관리비 공개 이후 관리비가 비싼 곳의 관리업체들은 이유를 해명하느라 진땀을 뺐다는 후문이다. 시스템 운용을 맡고 있는 한국주택관리사협회 관계자는 “관리비를 여러 기준에 맞춰 비교하거나 관리비 상위•하위 단지를 집계해 보여주는 기능을 추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스템은 입력하는 단지에 한해 급탕•난방•가스•전기•수도 사용량을 이산화탄소 발생량으로 환산해 주기도 한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거의 모든 공동주택의 에너지 사용 실태를 파악할 수 있으므로 앞으로 이산화탄소 저감 대책을 세우는 기초자료로 활용할 수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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